난형난제/ 누가 나은지 내 어찌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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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형난제/ 누가 나은지 내 어찌 알겠느냐?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6.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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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난 難 형 형 兄 어려울 난 難 아우 제 弟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32

《세설신어ㆍ덕행편(世說新語ㆍ德行篇)》에 나온다. 각론기부공덕…, 태구왈 원방난위형, 계방난위제(各論其父功德…, 太丘曰, 元方難爲兄, 季方難爲弟) : 각자 자기 부친의 공덕이 크다고 하므로…, 태구가 원방은 형 되기 어렵고 계방은 동생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한(東漢, 25-220)시대 진식(陳寔)은 자녀교육방법이 뛰어나 아들 개개인이 모두 매우 우수했다. 그중에서도 원방(元方)과 계방(季方)이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어느 날, 자기의 부친이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원방의 아들과 계방의 아들이 얘기를 하던 중, 한 아들이 자기 부친의 학문과 도덕이 상대방 부친보다 높다고 말하여 다툼이 벌어졌다. 하루 종일 다투었으나 결론을 못 내어 할 수 없이 할아버지 진식을 찾아가 물어보기로 하였다. 진식이 두 손자의 말을 들은 후 누구의 아버지가 낫다고 할 수 없어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머리를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부친은 모두 뛰어난 사람들이다. 원방은 형을 맡기가 어렵고 계방은 동생을 해내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높고 낮은 것을 구분하겠느냐?”
‘형제 두 사람의 재능이 모두 다 좋아 고하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훗날 두 사물의 낫고 못함을 분간하기 어렵고 우열을 가리기가 곤란함을 이르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난형난제와 막상막하는 같은 말이다.
양상군자(梁上君子)로 유명한 후한 말의 진식은 태구의 현령이라는 적은 녹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의 아들 진기와 진심과 아울러 <세 군자>라고 불려져, 그 덕망과 소문이 상당히 높았다. <세설신어> 숙혜편과 방정편에는 그의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때 손님이 진식의 집에서 머문 일이 있었다. 진식은 진기와 진심 형제에게 밥을 지으라고 명령하고서 그 손님과 토론에 열중하고 있었다. 형제는 밥을 짓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와 손님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동안 거기에 열중하여 찌는 바구니 밑에 채롱을 까는 것을 잊어버려 쌀이 모두 솥안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밥은 다 되었느냐?”고 말하여 보니 솥 안의 쌀은 밥이 아니라 죽이 되어 있었다. 형제가 무릎을 꿇고 그 사실을 말하자 아버지가 “그래서 너희들은 우리들이 얘기하고 있던 것을 조금이라도 외우고 있느냐?”하고 묻자 “네, 대체는 알고 있습니다”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그 요점을 잡아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진식은 빙그레 웃으면서 “확실하구나. 그러면 죽이라도 좋으니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진식이 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약속한 일이 있었다. 정오에 떠나자고 약속했는데 시간이 되어도 친구가 나타나지 않아 진식이 먼저 출발했다. 그 뒤 친구가 찾아와 문밖에서 놀고 있는 진기에게 아버지의 일을 물었다. 진기가 “아버지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리다가 오시지 않아서 먼저 떠나셨습니다”라고 말하자  친구는 화가 나서 “사람과 약속을 해놓고서 혼자서 먼저 떠나버린다는 것은 어쩐 일인가?”라고 말하자 진기가 말했다. “당신은 아버지와 정오에 만나자고 약속하신 것이죠? 그런데도 정오에 오시지 않은 것은 신의에 관계되는 일이 아닙니까? 또 아들을 보고 아버지의 욕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닙니까?”
친구는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여 수레에서 내려 사과하려고 했지만 진기는 그를 상대도 하지 않고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것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며 진기의 아들인 진군 역시 주재로 뒤에 위문제 조비에게 벼슬하여 사공과 재상이 되어 구품 관인법을 입법한 일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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