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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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1년 돌아보다
  • 조재웅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7.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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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마을 통째 격리

 

‘주민 생각’, 힘들었지만… 마을 단합 계기

 

지난달 27일, 장덕마을의 한 주민은 당시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정말 살벌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군수님이 마을에 와서 ‘내 독단으로 막겠다’고 말한 후 마을을 격리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주민들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런 결정을 내린 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며 “다른 마을 사람들은 주민등록증 검사도 안하면서 주민들이 논에 가고 할 때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보상 부분에 대해서도 서운한 사람이 많다. 일을 못해서 손해를 많이 봤는데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마을의 단합이다. 장덕마을 주민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주민들의 단합이 잘되고 있다고 전한다. “메르스 겪으며 가장 달라지고 좋아진 점은 마을 사람들이 단합이 된 것”이라는 서동선(57) 개발위원장은 “격리 당시에 마을 청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물건이 들어오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건을 집 앞에 가져다 놓고 방송을 했다. 청년들이 다들 자기 일처럼 나섰다”며 “그러다 보니 마을 격리가 해제된 후 청년들이 앞장서서 ‘장덕회’를 만들었다. 메르스를 겪기 전까지는 마을 청년 몇몇만 알고 지냈는데 메르스를 겪으며 20여명의 청년들이 단합해서 원래 있었지만 흐지부지 했던 모임을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장덕회에서 유등 고뱅이 쪽으로 단합대회도 다녀왔다”며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다. 서먹한 사이도 있었지만 청년들 위주로 단합했다. 어르신들도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정부ㆍ언론 과잉대응…‘오해’,‘갈등’ 불러

당시 장덕마을 뿐 아니라 군민들 사이에서는 일부 언론의 오보로 메르스 감염자인 한 할머니와 그 가족에 대해 많은 비난 여론이 있었다. 또 메르스 사태로 농산물 판매에 타격을 입자 그 원망을 장덕마을에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개발위원장은 “제일 처음에는 원망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본인은 몰랐다지만 자식이나 며느리는 알지 않았느냐며 어머니를 두고 갔다는 것에 원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오해라는 것이 밝혀지며 (그 가족들) 집도 팔고 다 나갔는데 … 돌아가신 분도 불쌍히 여기고 안타까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내 농산물들이 메르스 발병으로 판매가 저조해지자 ‘그 XX들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등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크게 대응하지는 않았다”며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피해자였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 점을 알았는지 안타깝게 여긴다”고 말했다.
장덕마을 주민들은 당시 고생을 함께 했던 보건의료원이나 경찰 공무원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다. 한 주민은 “여러 물품을 보내주신 많은 단체나 기업, 개인들과 마을을 방문해 준 공무원에게도 감사한다”며 “특히 동네에서는 보건의료원 직원들에게도 참 고맙게 생각한다. 하루에 2번씩 오셔서 꼭꼭 체크하고 필요한 것 가져다주고… 정말 동네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개발위원장은 “지금은 다들 잊고 잘 지내고 있다.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고 불만도 있었다. 언론의 과도한 보도, 중앙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통이 터졌지만 방도가 없었다. 이런저런 앙금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을은 단합됐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언론사 전화 업무지침 수시 변경 ‘이중고’

메르스 사태로 며칠 동안 사무실에서 지내며 밤낮으로 일해야 했던 권미경 보건사업과 예방의약담당은 당시 상황에 대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끝도 없이 걸려오는 언론사 전화와 자주 바뀌는 지침이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의 기자들이 전화로 문의하는 데 답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언론사들이 한 번씩만 전화해도 우리에게는 엄청난 일이다. 초기에는 환자와 병원공개 요구가 많았다. 한 사람은 도저히 상대가 안돼서 과장과 원장한테까지 연결시켜준 적도 있다. 직접 찾아오고 전화도 많아 업무가 안 될 지경이었다. 민원인 전화도 상당했다. 그래서 공보계에서 언론을 상대하고 의료지원과 쪽 외부전화를 차단시킨 뒤로 조금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권 담당은 장덕마을 메르스 사태가 전국에 알려진 계기에 대해 “전북도와 협의해서 전북대병원으로 할머니를 이송했다. 순창 메르스가 알려진 것은 이때부터인데 할머니를 실은 앰뷸런스가 3시40분경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전북대병원은 준비가 안 돼 있었고 담당의사가 안 와서 9시까지 5시간을 기다렸다. 이때 순창 앰뷸런스가 격리병동에 세워져있는 것을 모 신문사 편집부장이 봤다. 그 뒤로 순창 메르스 환자 발생 소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날 군은 메르스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했다.
마을 폐쇄기간 동안 군은 실과별로 역할을 분담해 진행했다. 하지만 의료원 소속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야근이 불가피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기간 동안 대응지침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우린 지침서 출력하고 볼 시간도 없는데 그때그때 바뀌니 힘들었다. 메르스 재난 책임자가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복지부장관으로 바뀌는 등 정부에서도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초기 대응 ‘엉터리’…마을 폐쇄 연결
 
권 담당은 마을폐쇄 초기에는 주민 항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님 뵈러 온 가족들이 통제 때문에 못 들어가 항의했고 생업이 있는 주민은 못나가서 항의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접촉한 사람이 많아 또 환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고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가실 분도 있었는데 최대한 차단하고 전화로 증세를 듣고 처방전대로 약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권 담당의 증언에 따르면 군은 메르스 환자 발생 사태가 마을 폐쇄로 연결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택시보건소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황당했다. 할머니가 순창에 갔다는 전화통보를 받고 보호자인 며느리 전화번호를 받아서 연락한 후 조치했다. 평택시보건소에 왜 이제야 연락 하냐고 물으니 계속 자가 격리했고 잠복기가 끝나 해제되던 날 발병했다고 답했다”며 “6월 4일에 며느리가 할머니에게 계속 전화를 했지만 안 받았다. 전날 아프다고 했던 할머니는 열이 나서 병원에 갔다 왔다고 했다. 평택시보건소 사정도 이해는 한다. 할머니 주소지가 아들 내외가 사는 평택으로 돼 있어서 순창에 온 줄 몰랐던 것이다. 그걸 나중에 알고 우리한테 전화했다”고 말했다.
군 직원이 당황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보호자와 연락하고 할머니를 모시러 갔을 때다.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나오시라고 얘기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모시러 들어가니 방에 또 다른 주민이 할머니와 같이 계서서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주민-의료원 ‘서로 감사’…마을 ‘위로사업’

 


 
군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기 일쑤였다.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보상은 없었다. 마을폐쇄가 해제된 뒤 장덕마을에는 병원 의료진이 와서 한 달 동안 심리치료를 했다. 하지만 군 직원들은 심리치료를 받지 못했다. 권 담당은 “직원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연가를 못 냈다. 메르스 때문에 쌓인 일을 해결해야 했다. 그 일은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다. 쉬라고 해도 못 쉴 상황이었다. 예비인력 투입도 못하고 가르칠 바에는 내가 한다는 생각들이었다. 처우는 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무제한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지만 보상은 초과근무수당이 전부였다. 군수표창과 도지사 표창은 있었어도 중앙부처 표창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원 직원과 장덕마을 주민의 관계는 메르스 사태 이후 굉장히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권 담당은 “장덕리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폐쇄 후 처음 한 이틀은 발열체크를 하러 갔을 때만해도 주민 불만이 대단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고마워하고 지금도 방문하면 반갑게 맞아주신다”고 말했다.
장덕마을은 메르스 사태 진정 후 행정자치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총 2억8000만원으로 낡은 마을회관과 노인정, 마을 공동창고 등을 수선 또는 개축하고 운영비 절감을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마을의 폐 방앗간을 철거해 공동 주차장으로 쓰고 마을 안에 무궁화 꽃길을 만들어 작은 축제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환경 정비사업으로 도로공사 등도 앞두고 있다.

 

‘메르스 백서’ …개선ㆍ추진사항 점검 필요

메르스 종식 후 지난해 12월, 군은 ‘메르스 백서’를 발간했다. ‘메르스 대응, 순창처럼 하라’는 제목의 백서는 메르스 발생 상황, 순창군 총괄 대응상황, 메르스 분야별 실제사례 소개, 개선사항 및 향후과제, 미담사례, 주요 보도내용 등을 담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군은 자체 개선사항으로 △재난관리기금 추가조성 △예비 인력 확보 검체 채취 부담해소 △감염병 업무 전담인력 배치 △방역소독요원 연중 기간제 근로자 채용 및 예방의약 업무용 차량 배치 △상시 사용가능한 선별진료실 설치 운영 지원 △실질적인 가구배치도, 밀접접촉자 신속 격리, 안전대책 마련 △격리의료폐기물 사전 처리대책 마련 △택배 업체 지정 운영 △1:1 밀착관리 시 의료원과 총괄담당부서의 책임담당자 지정 운영 △감염병에 대한 주민의식 개선 등을 꼽았다.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포했지만 정부의 의료관리체계는 아직도 빈틈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순창군이 자체 계획한 개선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행정과 주민이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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