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생각/ 공직자의 ‘막말’ ‘막질’ 지역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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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생각/ 공직자의 ‘막말’ ‘막질’ 지역에도 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7.1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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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개, 돼지라니 할 말이 없다. 더구나 고위 공직자의 발언이니 더 어이가 없다.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화이팅을 한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더니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하는 일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까지 벌어졌다. 이들 모두 '취중 실언'이라며 변명에 급급할 뿐 본심을 감춘다.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막말은 실수라기보다는 본래 생각이 삐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괴변을 앞세워 겁박하고, 공약을 뒤집고 진실을 감추는 등 국민을 무시해온 일이 다반사라 놀랄 일도 아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이 정권은 출발부터 장차관급만 7명이 낙마한 인사파동이 있었다. 검증도 적합성도 없는 임명권자의 의중뿐인 인사행태는 중앙ㆍ지방ㆍ지역 구별없이 진행형이다. 국정원ㆍ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 선거 개입, ‘세월호 침몰’에 이은 국무총리 지명자 연쇄 사퇴 파동은 입에 담기도 창피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무능한 대처, 개성공단 폐쇄 등 열거조차 쉽지 않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은 고위층들이 득세한 결과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한다. 공복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 즉 우리말로 ‘머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머슴이 주인을 개ㆍ돼지라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되고 신분제를 공고화 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기자 앞에서 말했다. 주인과 머슴이 뒤바뀐 현실을 아예 널리 알리려 했던 것 같다.

이렇듯 머슴이 방만해진 것은 주인이 주인의 자리를 머슴에게 내주고 머슴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왕조시대는 그렇다 손치고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걸 잊어먹고 산다. 나라를 위해 온갖 세금을 다 내면서 나라의 주인인 자신이 공직자의 머슴인걸로 착각하고 산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리지도 못하고 관리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상식대로 법대로는, 머슴이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주인이 머슴의 눈치를 본지 꽤 오래됐다.

더구나 머슴들의 공직기강이 짐승 판이 되니 막말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문제 인물들이 중용되거나 측근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앉기 때문이다. 원칙ㆍ기준 등이 투명하지 못하고 오로지 인사권자의 눈치만 살피는 현실이니 중용된 인사들이 망언을 쏟아내고 망발을 일삼는다. ‘개인적인 일탈’로 보기에는 지나친 막말과 막질이 빈번하다. ‘선비’까지는 아니지만 과거와 달리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금도를 찾기 어렵다. "선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고시 통과는 펼침막을 걸어 축하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고, 요즘은 공무원시험도 수년 동안 준비해야 한다니 쉬운 일 아니지만 그 자격 하나로 군림하면서 평생을 울궈먹으려 들면 옳지 않다. 술 탓이라는 변명은 더욱 가당치 않다. 공직자가 기본적으로 그런 의식을 갖고 있다가 술이 들어가면서 본심이 드러나는 것이다. 평소에 못되고 그릇된 신념을 갖고 있다가 술을 핑계로 밝히며 떠보고, 고착시키려는 전술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중앙에서 벌어진 일은 속 시원한 결말을 볼 수는 없지만 알려지기는 하는데 지역에서 는 알려지기도 전에 봉합해버려, 고치려는 시도조차도 할 수 없는 실정에 있다. 지방에는 이런 일을 알리는 바른 언론도 부족하고, 용기 내는 내부자도 드물어 새어나오지도 못한다. 인맥이 단순해 ‘좋은 게 좋다’는 논리로 덮이기 십상이다. 우리 지역도 다를지 않다. 공직자의 ‘막말’ ‘갑질’을 바로 잡기위해서라도 바른 언론은 필요하다. 또 ‘민심’ ‘민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언론은 더 바르게 용기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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