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세력’으로 모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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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세력’으로 모는 정부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7.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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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획관의 ‘개ㆍ돼지’ 발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의 ‘외부세력 개입’ 논란, ‘친박’들의 새누리당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 청와대 민정수석 ‘부동산 거래’ 의혹 등에 온 나라가 꿀꿀하다. 한 언론은 ‘친박’에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청원 의원을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전직 의원에게 “나와의 약속이 대통령과의 약속”이라며 지역구 변경을 종용했다고 보도하며 “그와의 약속이 대통령과의 약속이듯 수석의 일탈은 곧 청와대의 일탈이다. 개인적 차원으로만 다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외부세력론’이 또 등장했다. 돌이켜보면 주한미군과 관련된 사건에는 ‘외부세력론’이 유령처럼 배회한다. 50년 가까이 미군 폭격장이었던 경기 화성군 매향리 주민들이 참다못해 반발한 2000년 매향리 사태. 미국 장갑차에 무참하게 희생된 2002년 의정부 여중생 ‘미선이ㆍ효순이’ 죽음. 주한미군 기지 이전 대상지로 지목된 2006년 경기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항거. 2007년 본격화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그리고 이번 ‘성주 사드 배치’ 사태까지 ‘외부세력론’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뿐만 아니다. 2003년 전북 부안 방폐장 사태, 2008년부터 시작된 밀양 송전탑 백지화를 요구, 2009년 경찰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용산참사, 2014년 4월 16일 꽃다운 고교생 250명을 포함해 300명 넘게 희생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에도 ‘외부세력’은 등장했다. 민중을 개ㆍ돼지라며 1%와 99% 신분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이들을 반대하는 국민은 모두를 '불순세력’으로 간주하고 외부세력으로 매도하려 든다.
 
‘개ㆍ돼지론’을 설파한 자와 ‘천황폐하만세!’를 외친 자의 노선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단순 실수, 취중 실언’인 척 잠재의식에 담겨있던 욕망을 표출하며 비겁하게 민중을 시험해본다. 1%의 금수저ㆍ지배계급ㆍ우생학을 믿는 자들의 수법이다. 현재 한국 사회를 주도하는 수구세력들에게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슬픔과 절망에 공감하라는 것은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구의역에서 죽어간 열아홉 청년 가족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고 했다. ‘사람’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이 아니면 냉담한 1%는 ‘다 그래’라는 관행을 강요하고, 민중의 삶을 바꾸려는 시도는 억압한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의지를 ‘불순세력’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해 억압하려 든다. 그러나 민중은 “언젠가는 사람도 세상도 변한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으로 버틴다.
 
효용성도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성주에서 외부세력이 폭력시위를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수구세력은 맞장구치고 사법당국은 기다렸다는 듯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말하는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사드 배치 문제가 4만5000명 성주 군민과 정부 간의 일인가. 사드 배치를 ‘일개 포대중대 배치 문제’로 치부하려드는 단순하고 저급한 인식한 인식을 가진 정부가 세계 26위, 약 5161만9330명 대한민국 국민을 지킬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 지방 정부 모두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외부 불순세력’ 운운하며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보상으로 회유하며 입을 다물게 하는 방편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다. 성주 주민이 “반대 집회의 배후는 외부세력이 아니라 카톡”이라도 했고 “외교적ㆍ경제적ㆍ국내적 혼란을 감수하라고 팔을 비틀고 있는 미국이 바로 가장 심각한 외부세력이다”는 외교전문기자의 분석도 있다. 혹 우리지역에서도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불순세력’으로 치부하며 무시하고 있는지 톱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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