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기제승/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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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기제승/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8.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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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출 出 기특할 기 奇 지을 제 制 이길 승 勝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35

사마천(司馬遷)의《사기ㆍ전단열전(史記ㆍ田單列傳)》에 나온다. …, 병, 이정합, 이기승 ; 선지자, 출기무궁 …(…兵, 以正合, 以奇勝 ; 善之子, 出奇無窮…) : 전쟁은 정면으로 대치하여 싸우지만 결국 기병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전쟁을 잘 하는 자는 기병이 무궁하여… .
손자(孫子)가 말한 정공법(正攻法)과 기공법(奇功法)에도 나온다. 선출기자, 무궁여천지, 불갈여강하(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河) : 기공법에 능한 장수는 천지와 같이 무궁하며, 강물과 같이 다함이 없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제(齊)나라 왕이 아둔하여 국사에 전념하지 않고 있을 때, 연(燕)나라가 출병하여 제나라를 치게 되었다. 제나라가 막을 힘이 부족하여 대부분 지역이 함락되었고, 지금의 산동성 지역인 거성(莒城)과 즉묵성(卽墨城)만 겨우 버티고 있었다. 나중에 주장(主將) 묵(墨)대부가 전사하자 우선 전단(田單)을 장군으로 삼아 방어에 나서게 되었다.
전단은 왕의 먼 친척으로서 지모가 많고 신중하게 병법을 운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즉묵성이 그의 지휘아래 있게 된 후 난공불락의 요새로 되어 연나라 군대가 더 이상 한 걸음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대치상황에서 얼마 후 연나라 소(昭)왕이 죽고 혜(惠)왕이 즉위하였다. 그런데 혜왕과 제나라를 공격하던 주장 악의(樂毅)장군은 원래 서로 적대시하는 사이로 관계가 나빴다. 이런 정보를 안 전단이 연나라 진영과 도성에 사람들을 몰래 보내 다음과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하였다.
“악의가 ‘혜왕이 젖비린내 나는 어린 아이라서 왕으로서 모시기가 싫다’고 하였다더라.”
과연 전단의 꾀가 맞아떨어져 혜왕이 화를 내 악의를 내려오게 하고는 기겁(騎劫)을 주장으로 임명하여 전장에 보냈다. 기겁은 용감하기는 하나 지모가 없는 사람이었다. 기겁이 전선을 살펴보러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전단이 또 몰래 명을 내렸다.
“우리 진영의 경비를 허술하게 하고 병사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군기가 없고 사기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라.”
염탐꾼을 통해 이 모습을 전해들은 기겁은 ‘즉묵성을 함락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대장의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부대 내에 퍼져 군사들의 경비가 점차 허술해지고 군기도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전단이 바야흐로 시기가 무르익은 것을 보고 몰래 성에 있는 소들을 모두 모았다. 오색이 찬란한 용무늬의 빨간 옷을 입히고 뿔에다가는 예리한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다가는 기름이 묻은 갈대를 묶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칠흑 같은 밤이 되자 소꼬리에 매단 갈대에 불을 붙였다. 소들이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성 밖에 주둔하고 있던 연나라 진영으로 미친 듯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연나라 진영은 아무것도 모른 채 꿀잠을 자다가 밖이 소란하여 깨어 보니 웬 괴물들이 광풍 질주하여 난입하는지라 크게 놀라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때 전단이 모든 병력을 이끌고 신속하게 일시에 쳐 들어가 풍지박살을 내고 마침내 주장 기겁까지 죽였다.
전단의 이 작전은 이후 제나라가 승승장구하는 기반을 갖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이미 연나라에게 점령당했던 다른 성에서도 반항의 불길을 크게 지피게 하여, 오래지 않아 연나라를 내쫓고 영토를 모두 회복하게 되었다. 이로써 전단은 제나라 백성들로부터 ‘제국지부(齊國之父, 제나라의 아버지)’ 라고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후세사람들은 전단이 이처럼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병(奇兵)과 기계(奇計)를 써서 적을 공격하여 승리한 쾌거를 이 성어로 형용하였다. 특히 군대에서 자주 쓰는 단어로 군사학교의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말이 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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