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군자/ 도둑님께서 어찌하여
상태바
양상군자/ 도둑님께서 어찌하여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8.24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들보 양 梁 윗 상 上 임금 군 君 아들 자 子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36

《후한서ㆍ진식전(後漢書ㆍ陳寔傳)》에 나온다. 불선지인미필본악, 습이성성, 수지어차 양상군자시의(不善之人未必本惡, 習以性成, 遂至於此, 梁上君子是矣) : 착하지 못한 짓을 하는 사람도 반드시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평소의 잘못된 버릇이 성격으로 변하여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 들보 위의 군자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동한(東漢, 25-220)시대 진식(陳寔)이라는 명사가 있었는데 관직이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성품과 학식이 높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또한 인정이 많아 힘없는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고 공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이 궁핍해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여기  저기에서 도둑이 자주 나타났다. 하루는 한 도둑이 진식의 집에 들어가 뭐 좀 값이 나가는 물건이 없나 하며 방을 뒤지고 있었다. 이때 공교롭게도 진식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다급해진 도둑이 우선 급히 대들보 위로 올라가 숨었다.
진식은 방안에 들어 올 때에 이미 도둑이 있는 것을 알아챘으나 내색을 않은 채, 엉뚱하게도 자식과 조카들을 방으로 불러 훈계를 하기 시작하였다. 
“사람이란 자기 스스로 포부와 뜻을 정하여 선한 일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이 말을 잘 기억하여 행하여야 한다. 알겠느냐?”
이어서 고개를 들어 슬쩍 위를 한 번 보고는 이어서 말하였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원래 품행이 나빠서가 아니고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점차 나쁜 사람이 된 것이다. 즉 말하자면 지금 대들보 위에 있는 저 사람처럼 말이다.”
도둑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대들보 위에서 급히 내려 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빌었다. 진식이 도둑을 일으켜 세우고 물었다. 
“일을 열심히 하면 굶어죽지는 않을 텐데 왜 도둑질을 하러 다니느냐?” 
“며칠 전에 화적떼들이 곡식을 몽땅 훔쳐가 처자식들이 굶어죽게 생겨 할 수 없이 담을 넘어왔습니다.”
“내가 보기에 너는 나쁜 놈이 아닌 것 같구나. 집안이 가난하여 할 수 없이 도둑질을 한 것 같은데 앞으로는 반성하여 좋은 일을 하라. 화적떼가 그랬다면 현(縣)을 잘못 다스린 나한테도 그 책임이 있구나.”
진식이 처벌은커녕 그 사내에게 돈과 비단 한 필을 주고 돌려보내니 소문이 쫙 퍼져나갔다. 이후 이곳에서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 성어는 ‘대들보 위에 숨어 있는 사람’ 이라는 뜻으로 훗날 사람들은 집 안에 쳐들어온 도둑을 점잖게 높여 부르는 말로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투계모구(偸鷄摸狗)가 있다. ‘닭을 훔치고 개를 더듬어 찾는다’는 것이다. 즉 살금살금 나쁜 짓을 하는 손버릇이 나쁜 좀도둑이나 소매치기를 말한다. 혼외정사처럼 남자의 여자관계가 복잡한 경우에 비유하는 말로 쓰기도 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