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순창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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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순창을 디자인하라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9.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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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팔각정에서 순창읍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방향을 가리키며 예전에는 어떤 건물이 있었고 누가 살았으며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얘기하곤 한다. 조금 비틀어보는 사람들은 저쪽을 어떤 식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과 의견을 내기도 한다. 등산을 취미로 두지 않은 기자는 기껏해야 새해 첫날 해맞이를 취재하러 금산을 오르는데 해마다 느낌이 다르다.
금산에서 바라본 순창읍은 몇 년 사이 꽤 변했다. 우선 아파트가 많이 생겼고 고속도로 나들목도 이전했다. 고속도로 진입로가 한눈에 보이는데 공사흔적이 눈에 많이 띄어서 그런지 미관상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순창읍내도 신축건물이 꽤 많아졌다. ‘처음 순창에 왔을 때는 고층건물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의미 있는 뉴스를 보게 됐다. 서울시가 도시미관 재정비를 하면서 한강변을 기준으로 일정 거리마다 아파트나 빌딩 등 고층건물의 층수 제한을 둔다는 것이다. 건물 높이를 제한함으로써 도시미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순창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기자는 아파트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취향과 여건은 존중한다. 다만 아파트 일색인 도시미관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본다. 예로 전주시가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전주시가 신흥 보일러도시가 된 것은 바람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동서남북을 포함해 삼천변까지 바람이 들어올 만한 통로는 모두 아파트로 막았는데 덥지 않으면 비정상이다.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정당한 재산권행사’의 결과가 이런 것인가?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한적한 농촌도시인 순창이 전주나 서울처럼 아파트로 덮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비틀어보자. 금산 팔각정에서 바라봤을 때 불쑥 올라온 아파트가 읍 시가지 미관에 어울리는가? 집을 나서거나 옥상에 올라가면 금산이 한눈에 들어오던 옥천마을 주민 상당수는 앞으로 금산을 일부만 보게 된다. 순창군이 이것을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결과는 그렇다.
흔히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이미 세워진 아파트들, 길어야 50년이고 20~30년 후에는 허물어야 한다. 더 높은 아파트로 채울 것인가? 아니면 건물 높이를 맞출 것인가? 기자의 귀가 어두워서인지는 모르나 이곳에 사는 동안 계획지구에 용적률을 몇 %까지 허용한다는 얘기 외에는 순창의 지붕과 거리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어떤 소재를 발굴하거나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동네 사람들, 후손들이 살고 싶은 고장을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하다. ‘돈 잘 벌면 다 살기 좋은 곳 아니겠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예술이 부유한 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단언컨대 도시미관은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 아름다워진다. 도시를 가꾸는 노력들은 훗날 이야기로 남아 가치를 더할 것이다. 소재지 정비사업으로 몇 억원의 예산을 얻었는지 보다 100년 뒤 순창의 모습을 설계하고 어떤 가치를 앞세워 도시를 만들어갈 것인지 그 얘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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