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가절, 자식 기다리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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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가절, 자식 기다리는 부모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9.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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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팔월,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좋은 날, 추석(秋夕)을 이레 남긴 아침 공기가 맑고 신선하다. 기세등등했던 열대야와 폭염이 단비 한번에 자취를 감췄다. 당연한 자연의 순리가 놀랍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여름이 혹독하게 무더웠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 기운이 성큼 다가와 좋다.

한가위를 재촉하는 ‘가부새 바람’이 살갗을 간지럽혀 기분이 상쾌하다. 농경사회 조상님들에게는 날마다 세상을 밝혀 주는 태양보다 한 달에 한번 차올라 어두운 밤을 밝히는 보름달이 더 고마운 존재였나 보다. 하긴 어둠 속에서는 맹수의 접근도 적의 습격도 눈으로 볼 수 없었을 테니 밝은 달의 위력이 고마웠겠다.

이렇듯 만월(보름달)을 갈망하고 숭상하던 시대에, 일년 중 가장 밝은 달이 비치는 한가위는 최대의 축제였겠다. 여름내 가꿔 풍성해진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즐거운 시기, 그 가운데 날에 온 가족이 모여 새 옷 입고 햅쌀밥과 송편을 빚고 햇나물을 장만하여 산소에 성묘하고 제사를 지낸다. 정성 담아 안녕과 건강을 기원한다.

우리 명절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다. 가족이 함께 인간의 도리를 되새기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그 은혜에 보답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문화의식이다. 추석에 드리는 차례는 제주로부터 고조(4대)까지 에게 드리는 제례다. 전통적 제례의식이 있으나 요즘은 가족들의 형편에 따라 다양해져 절차보다 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추석을 맞는 사연은 다르지만 요즘은 가족이 한날한시에 한곳에 모이는 것만으로 어른들의 마음은 흡족하다. 대처로 살러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요 며칠 아주 즐겁고 흐뭇한 이유다. 고생, 고생한 자식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내놓고 수십년 해온 정성 그대로 빚은 송편과 음식으로 배불려줄 생각에 한없이 행복하다.
“무슨 간염이 집단 발생했다고, 승용차 트렁크에 강아지를 달고 도로를 달렸다던데 …” 별일 없냐고 묻는 전화에 혹 ‘못 온다’ 할까봐 마음 조린다. 행여 명절에도 ‘혼밥족’ 될까봐 “아무 일 없다”며 ‘꼭 와라’ 신신당부했다. 자식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며 싸움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아닌 것에 만족하는 부모 마음이다.

자식의 영원한 안식처를 자처하는 부모에게 가족은 자신의 삶의 근거이자 보루이며 무한한 책임의 근원이다. 부모에게 가족은 하나인데 요즘 자식에게 가족은 하나 이상이다. 부모ㆍ아내ㆍ자식과의 관계에서, 다문화ㆍ미혼모ㆍ일인 가족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여기에 해당되면 추석을 앞두고 마음 조리는 부모의 마음이 산란하다.

명절 풍습이 바뀌고, 어른들에게 하나였던 가족이 여러 형태가 됐다. 하지만 부모 마음은 오로지 자식 걱정이다. 올 추석 휘영청 밝은 달이 중천에 뜨고, 그 보름달 바라보며 오붓한 저녁 자리를 마련한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으로 꽉 찬 순창을 기대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고향사람들이 풍요로운 명절을 보내기 바란다.

궂은 소식보다 폭염 속 단비처럼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소식을 전하고 싶다. 활력 넘치고 유쾌한 소식을 전하며 주민들의 궁금증을 확 풀어주는 언론이 필요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었으니 ‘공짜 밥, 공짜 술’ 정말 없애고 품위 지키는 기자 많아져 ‘진짜 기사’가 넘치는 언론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진짜 기사’를 쓰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는 시절. 그래서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눈과 글쓰기 재능으로, 억압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잡지를 만들며 기자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매체를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부모가 자식을 기다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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