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21)/ ‘묵은쌀’보다는 역시 ‘햅쌀’이죠
상태바
아어우리말(21)/ ‘묵은쌀’보다는 역시 ‘햅쌀’이죠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9.07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해쑥, 해콩, 햇과일, 햇감자(○)

완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앞다퉈가며 영글어가는 알곡들이 성큼 가을걷이가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우리말에서 ‘그 해에 새로 나온’이라는 뜻으로 ‘해’나 ‘햇’을 사용한다. ‘해쑥’, ‘해콩’, ‘해팥’처럼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인 명사 앞에서는 ‘해’가 붙고 ‘햇과일’, ‘햇감자’처럼 첫소리가 예사소리인 명사 앞에서는 ‘햇’이 쓰인다. 대부분 '해'보다 '햇'이 더 많이 쓰여 현재는 '햇'이라는 글자 자체가 접두사로 사전에 올라와 있다.
같은 의미에서 흔히 ‘햇포도, 햇포도주’라고 하는데 맞춤법상으로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해콩’이나 ‘해팥’과 마찬가지로 ‘포도’의 초성 ‘ㅍ’이 거센소리에 해당하므로 `해포도, 해포도주`가 올바른 표기법이다.
그렇다면 왜 그해에 난 쌀은 ‘해쌀’이 아니라 ‘햅쌀’일까? 그 답은 글자 ‘쌀’에 있다. ‘쌀’의 옛말은 지금처럼 첫 자음이 쌍시옷(ㅆ)이 아니라 비읍과 시옷(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현대어로 오면서 ‘ㅄ’이 ‘ㅆ’으로 변했는데, 복합어(해+쌀→햅쌀)가 만들어지면서 옛말의 흔적이 살아난 것이다. 다시 말해 ‘햅쌀’은 현대 국어 이전에 만들어진 단어로 '쌀'로 표기가 굳어지기 전에 이미 '햅쌀'이라는 단어는 생겨났으며, 또 이와는 달리 '쌀' 표기 중 'ㅂ'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말은 '쌀'이라는 표기가 따로 굳어진 후에 생겼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쌀과 복합어를 이루는 낱말에는 대부분 ‘ㅂ’이 붙어 있다. ‘좁쌀’은 ‘조’와 쌀, 멥쌀은 ‘메’와 쌀, 입쌀은 ‘이’와 쌀이 결합하면서 ‘ㅂ’이 살아난 경우이고, 찹쌀은 ‘찰’과 쌀이 복합어를 이룰 때 ‘ㅂ’이 되살아나면서 리을(ㄹ)이 탈락해 만들어진 말이다.
단어 첫머리에 ‘ㅂ’이 흔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쌀’ 이외에 ‘접때(저+때), 입때(이+때), 볍씨(벼+씨), 댑싸리(대+싸리)’ 등이 있다.
다가오는 추석엔 온 가족이 둘러앉아 햅쌀로 송편을 빚으며 풍성한 이야기꽃을 피우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