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22)/ 익숙한 ‘임대문의’ 어색한 ‘임차문의’
상태바
아어우리말(22)/ 익숙한 ‘임대문의’ 어색한 ‘임차문의’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9.28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임대’와 ‘임차’는 상반되는 말

요즘 길을 걷다보면 상가건물 등의 빈 사무실 유리창에 ‘임대 문의’라고 붙어 있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임대 문의’라는 문구 밑에는 대부분 주인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이 사무실을 빌리고자 할 경우 주인에게 문의하라는 의미로 붙여 놓았을 것이다. 과연 맞는 표현일까?
‘임대’와 ‘임차’는 상반되는 말인데도 자주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임대’는 돈을 받고 자기 물건을 남에게 빌려주는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임대 문의’는 ‘빈 사무실을 남에게 빌려주는 일에 대해 밑의 전화번호로 물어보라’는 뜻이 돼 결과적으로 빌려주는 사람, 즉 주인한테 본인의 전화번호로 문의하라는 격이 돼버린다.
빈 사무실을 남에게 빌려주고 싶다면 ‘임차 문의’라고 써서 붙여야 한다. ‘임차’는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일’을 뜻한다. 따라서 ‘임차 문의’라고 써 놓으면 ‘돈을 내고 이 사무실을 빌려 쓰고 싶으면 밑의 전화번호로 물어보라’는 뜻이 돼 의도하는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된다.
‘임대’는 대화 속에서도 잘못 쓰이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가까운 사람이 장사를 하려고 가게라도 내면 "임대한 것이냐, 아니면 산 것이냐?", "임대료가 얼마냐?"라는 식으로 묻곤 한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 일상적인 표현 방식에 따라 남의 건물의 한 공간을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돈을 아무 의심 없이 '임대료'로 한 것일 테다. 또 “가게가 비좁아 옆 건물을 임대해 2호점을 열었다”, “은행 돈을 빌려 사무실을 임대했다” 등의 표현도 자주 사용한다. 익숙하게 쓰이지만 분명 잘못된 표현들이다. 모두 남에게서 빌려 썼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므로 ‘임대’가 아닌 ‘임차’가 맞는 말이다.
‘임대’는 “그는 점포 하나를 임대해 주고 있다”, “신혼부부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전ㆍ월세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다세대 건물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등처럼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임대'와 '임차'라는 말은 서로의 입장에 맞게 정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물건을 빌려주면서 '임차'라는 말을 쓰면 내 물건을 버리는 꼴이 되고, 물건을 빌리면서 ‘임대'라는 말을 쓰면 남의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는 꼴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