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구원하는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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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구원하는 ‘김영란법’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10.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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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집어넣는 문제를 두고 일선 언론인들의 반응은 ‘우려ㆍ냉소ㆍ담담’ 등 삼색으로 분류됐다. “논란이 있느니 다음에 처리하자”며 2년 반을 끌던 국회는 2015년 1월 8일 정무위 법안 소위를 통과시켰으나 법사위에서 ‘과잉입법’ 논란으로 제동이 걸렸다. 대상에 공직자ㆍ공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 대형병원 의사, 언론인 등이 포함된 것이 드러나면서 ‘다음에 처리’ 본색이 발동했다, 당시 여야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본회의 상정을 미뤘었다.
돌이켜보면 ‘김영란법’ 촉발자는 언론이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2010년 4월 ‘스폰서 검사’를 폭로했다. 건설업자가 전ㆍ현직 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성상납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이후 검사 2명이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해 9월에는 ‘벤츠 여검사 사건’이었다. 여검사가 사건 청탁을 대가로 벤츠와 샤넬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특별검사까지 나서 조사했지만 여검사는 처벌받지 않았다. 금품수수는 인정되지만 직무연관성ㆍ대가성이 없다는 것, 사회는 공분했다. 이윽고 ‘김영란법’이 나왔다.
‘김영란법’은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 입증이 안 된 금품수수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는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2012년 제안 이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상정을 미뤘다. 그때마다 언론은 보수ㆍ진보를 가리지 않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 제정을 촉발하고 지원했던 언론인까지 포함한 ‘김영란법’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언론인은 공직자는 아니지만 언론이 갖는 영향력이나 공적 역할과 국민적 ‘혹평’에 따라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됐다.
언론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부정부패를 앞장서 척결해야 할 언론이 부패 용의자로 규정돼 국민적 감시를 받게 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언론이 각종 특혜를 누려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출입처에서 공짜 식사, 골프, 해외 출장 등 온갖 편의를 제공받고, 명절 때는 각종 선물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핑계 삼아 그런 특혜를 거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이런 부패 기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잘못된 관행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언론이 특혜를 받게 되면 특혜를 제공하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서서 힘없는 서민을 억압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어우러지는 것은 언론 자유가 아니다. 언론은 이번 기회에 더욱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진정한 의미의 언론 자유를 구가하는 언론의 정도를 실천해야 한다.
언론의 기본 역할은 서민ㆍ노동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 편에 서서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언론 자유는 그런 일을 제대로 하라고 헌법에서 보장해준 기본권이다. 그동안 만연해 있던 부정청탁, 금품수수 관행을 뿌리 뽑고 취재윤리규정을 더욱 강화해 언론인의 청렴성을 높여야 한다. 동료의식을 앞세우지 말고 윤리규정을 위반하는 언론인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자정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언제까지 ‘기레기’라는 부끄러운 오명으로 불리려는가. 권력과 자본이 기자를 ‘소액매수가능자’로 대하는 현실을 타파하는 것, 언론인들의 몫이다. 권력과 자본에게 ‘용돈 정도 주면 넘어가는 사람’, ‘조금만 잘해주면 행동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언론의 이미지를 깨는 것도 당사자 언론인의 몫이다. 약간의 식사와 편의 제공을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렇더라도 쓸 건 쓴다’는 반어적 의미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통할까.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소액매수가능자’, ‘용돈 정도 주면 넘어가는 사람’으로 계속 남을까.
국민이 언론을 불신하고 감시 대상에 올려놓은 이유는 명확하다. 기자라는 특권을 이용해 부정청탁하고 공짜골프 치는 부패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이 언론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되겠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를 누리면서 공동체 발전보다 사적 이익이나 소속 언론사의 이익을 취하는 데 혈안인 사례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언론 자정과 개혁을 위한 ‘구세주법’이라고 생각하고 기자 각 개인과 언론계 전체가 깊이 자성하고 ‘바른 언론이 되겠다’는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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