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23)/ ‘리을(ㄹ)’ 탈락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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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23)/ ‘리을(ㄹ)’ 탈락의 함정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10.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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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무는 열무 때부터 솎아 먹으면 가으내 먹고, 밭에 놔두고 하나씩 뽑아 먹으면 겨우내 먹을 수 있고, 남은 무에서 순을 잘라 먹으면 봄내 먹는다.”
‘한겨울 동안 계속해서’라는 의미로 ‘겨우내’란 말을 많이 쓴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에게는 ‘봄내’, ‘여름내’, ‘가으내’라는 말도 있다. ‘봄내’는 봄철 내내, ‘여름내’는 여름 한철 내내, ‘가으내’는 한가을 내내란 뜻이다.
‘봄내’와 ‘여름내’는 헷갈릴 게 없으나 ‘가으내’와 ‘겨우내’는 ‘가을내’와 ‘겨울내’로 잘못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을내’는 ‘가을’과 ‘내’, ‘겨울내’는 ‘겨울’과 ‘내’가 합쳐진 말로 ‘리을(ㄹ)’받침이 탈락한 예다. 옛 우리말에서는 첫소리 ‘니은(ㄴ)’앞에서 ‘리을(ㄹ)’받침은 대개 탈락했는데 ‘가으내’, ‘겨우내’ 등에 이러한 흔적이 남아있는 예라 볼 수 있다.
우리말은 때때로 두 음운이 만날 때 한 음운이 탈락하기도 하는데 ‘리을(ㄹ)’탈락 현상은 ‘니은(ㄴ)’, ‘시옷(ㅅ)’, ‘지읒(ㅈ)’ 등의 자음 앞에서 주로 일어난다. 가령 ‘딸’과 ‘님’이 결합하여 ‘따님’, ‘솔’과 ‘나무’가 ‘소나무’가 되며 마찬가지로 ‘말’과 ‘소’가 결합하여 ‘마소’, ‘활’과 ‘살’은 ‘화살’로 또한 ‘바늘'과 ‘질'이 ‘바느질', ‘물’과 ‘좀(벌레)’이 무좀으로 쓰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는 달리 ‘ㄹ’탈락의 예외적인 경우로 ‘달다’는 뜻을 강조하는 ‘다디달다’라는 말이 있다. 흔히 ‘달디달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달디달다’에서 ‘ㄹ’이 탈락한 ‘다디달다’가 표준어이다. 아주 작다는 뜻의 ‘자디잘다’도 마찬가지이다. 어간의 끝받침 ‘리을(ㄹ)’은 원래 ‘디귿(ㄷ), 지읒(ㅈ), 아’ 앞에서는 줄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디달다’와 ‘자디잘다’의 경우, ‘리을(ㄹ)’이 탈락한 형태가 널리 쓰여 표준어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달디단’이 아니라 ‘다디단’, ‘잘디잔’이 아니라 ‘자디잔’이 바른 표현이다.
자음과 모음이 차례로 연결된 것이 음절경계가 분명하여 발음하기도 좋고 알아듣기도 쉽지만, 자음이 계속되거나 모음이 계속될 경우는 발음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 경우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탈락이다. 탈락은 자음탈락, 모음탈락, 음절탈락으로 나뉘는데 자음탈락은 자음의 소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기역(ㄱ)’탈락, ‘리을(ㄹ)’탈락, ‘비읍(ㅂ)’탈락, ‘시옷(ㅅ)’탈락, ‘히읗(ㅎ)’탈락 등이 있다. 이중 ‘리을(ㄹ)’탈락은 ‘리을(ㄹ)’소리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용언의 활용에서도 ‘리을(ㄹ)’ 탈락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놀~+~는→노는’, ‘살~+~는→사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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