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꽃신」
상태바
어린이책/ 「꽃신」
  • 최행숙 연구회원
  • 승인 2016.10.12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최행숙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김소연 글 / 김동성 그림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

 

조선시대 ‘신분계급’ 뛰어넘는 따뜻한 ‘우정’ 이야기

 

내가 어릴 적 신어봤던 꽃신이라곤 꽃무늬가 그려진 고무신이 다였던 것 같다. 그것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었던 것 같은데…. 그 후론 자라면서 꽃이라고는 아니, 색도 꽃 비스무리 한 것조차도 입고, 신어본 적이 없이 커왔더랬다.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며 든 생각이었다. 지금은 마흔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된지라 꽃무늬에 눈이 가는 걸 보니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 하면서 나름 책제목을 보고 내용을 짐작해 보는데, 겉표지에 곱고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아이와 꽃신이라니… 가늠도 되지 않고 솔직히 썩 구미가 당기는 책이 아니었다.
책을 펼치고 시작 페이지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 참 잘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풍의 그림이네. 예쁘다’를 시작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열두 살이 되도록 바깥나들이 한번 못했던 이름 높은 양반집 아가씨 선예가 어머니를 따라 나선 절 구경에서 시작된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신이나 절로 올라가는 높은 돌계단을 힘든 것도 참으며 오른다. 절에 다다랐을 때 허겁지겁 뛰어온 청지기가 전하는 이야기, 나랏일에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모함으로 아버지와 두 오라버니가 역모로 잡혀갔다고. 선예의 어머니는 곤경에 처한 남편과 아들들을 위해 한양으로 발길을 돌리고, 선예는 유모와 함께 절에 남게 된다. 귀하고 곱게 자란 양반집 아가씨 선예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낯설고 무서움에 가슴 졸이며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다음날, 소복이 쌓인 함박눈을 헤치고 땔나무와 짚신을 가지고 올라온 달이를 만나게 된다. 역병으로 부모를 잃어 위패를 절에 모셔놓고 직접 해온 땔나무와 삼은 짚신으로 부처님께 공양한다는 화전마을 아이 달이. 여자 아이가 나무를 하고 짚신을 삼는 건 본적도 해본 적도 없는 선예는 그런 달이가 믿기지 않고 궁금하다. 맨발에 짚신만 신고 푹푹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절 마당을 싸리비질 하는 달이에게 궁금함을 묻던 선예는 의도치 않게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고 달이 또한 상처받은 마음에 선예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말을 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꽃신과 짚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선예의 꽃신은 아버지께서 설빔으로 사주신 소중한 신이었고 달이의 짚신은 부모를 잃은 후 누가 대신 삼아주지 않는, 직접 삼아 신어야 하는 아픈 신이었다.

그날 밤, 선예는 부모님 위패를 모신 절이라고 눈밭을 헤치고 공양하러 오는 달이를 보고 부끄럽다고…. 어머니가 언제 오실지 모른다고 돌계단까지 생전 해 본적도 없는 눈을 비질해서 치운다. 며칠 후 달이는 마땅치 않은 아가씨와 그 고운 꽃신이 얄미워 골을 부리다 스님께 아가씨의 사정과 그 이야기를 듣게 되고, 부모님을 찾아갈 아가씨를 위해 민들레꽃을 엮어 삼은 꽃이 핀 짚신을, 짚으로 만든 꽃신을 선물한다. 선예는 달이의 마음을 알고 자신의 꽃신을 달이의 손에 쥐어준다. 부모님을 마나러 가기 위해 서로의 꽃신을 나눠 가진 두 아이 머리위로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춘다. 나이는 같지만 신분도, 계급도, 살아온 환경도 너무나 다른 열두 살 두 아이의 우정이 돋아나는 결말… 따뜻하다.
요즘 사극 드라마가 여러 편 나와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터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짧은 사극 한편을 보는 것 같았다. 방송에서처럼 달달한 로맨스나 가슴 졸이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없지만 두 아이의 감정전개와 풀어가는 과정 등 그걸 들여다보는 잔잔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몇 편 안되는 삽화가 한 몫을 한 것 같다. 상황마다 그림을 보고 더 몰입하게 되었으니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이며 몸짓, 기대보다 재미있게 ‘휘리릭’ 읽게 되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결말에 입맛을 다실 뿐. 엄격한 신분제도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신분을 넘는 따뜻한 우정을 보여주는 책. 모두가 평등하다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계급, 지위 안에서도 가슴 따뜻한 우정을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