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시스템보다 인식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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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시스템보다 인식이 중요
  • 남융희 기자
  • 승인 2016.10.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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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특수교육원에서 마련한 ‘2016학년도 장애학생 가족참여 국외체험연수’에 아들이 재학중인 학교 도움반 선생님의 배려와 관심으로 다녀왔다. 한편으로는 기쁨과 설렘이 또 한편으로는 연수라는 부담스러운 감정은 어찌할 수 없었다. 더욱이 모든 연수경비가 국비라는 부담감은 기쁨과 설렘을 누르기에 충분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캐나다의 장애아동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아이와 함께 체험한 의미 있는 연수였다.
선진국의 잘 갖춰진 시설과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특히,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접목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문(自問)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캐나다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가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으며, 누구의 도움 없이도 일반인과 같이 누릴 수 있는 관광지, 공원 등이 있다는 얘기를 사전연수를 통해들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아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이것만은 꼭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밴쿠버공항을 도착해서부터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주도면밀하게 메모하기 시작했다.
첫 시선을 강타한 것은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와 턱없는 차도와 인도의 연결점이었다. 캐나다에서 일주일 동안 내내 살폈으나 흠 잡을 수 없었다. 한국의 현실과 다른 경험이었다. 편의시설(화장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이 없이 누구나 함께 공유하며 사용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용시설이 구분돼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령인 캐나다 사람들은 왕을 제외한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동일한 조건의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여기서 나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시스템을 보기 이전에 캐나다인의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의식을 볼 수 있었다.
장애아동을 양육해야 하는 내 현실에서도 좋은 시설과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태도나 의식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양국의 제도나 환경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으나, 연수를 마치면서 제도와 환경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의식의 변화라는 깨달음이다. 좋은 제도나 환경이 주어져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올 바르지 않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무용지물이며 그림의 양식에 불과할 뿐이다.
부모 되기는 쉬우나 부모 노릇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부모는 나무에 물주고 거름 주듯 따뜻한 격려와 지혜와 훈계로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나는 이번 연수를 통해 ‘어려움을 겪을수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하나로 뭉쳐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소통, 이해, 인내와 배려의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걸 깨달을 때 나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는 교훈도 함께 얻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라며 조건 없는 도움과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의식은 그들에게 도움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잠재적 능력 발산과 소질 개발을 해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가 도움이 필요하여 손을 내밀 때 곁눈질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관심을 보일 때 함께하는 사회는 가능할 것이다. 나는 이번 연수에서 자녀가 손을 내밀 때 함께 할 수 있도록 나름 철칙을 세우고 준수하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짧게 여겨질 수 있지만 7박9일 여정을 장애 아동과 함께 소화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 시설(화장실ㆍ식당ㆍ엘리베이터) 이용의 문제 등 신경 써야 될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인솔단, 학생들, 부모님들 모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다.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스치는 바람처럼 잠깐의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는 그런 들여다 봄과 들음, 감동과 각오가 아닌 항해하는 배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항구에 도달하듯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쉼이 없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일이 발생했을 때 주변인이 아닌 당사자로서의 적극성과 신념으로 모순된 제도나 관념을 하나하나 개선하는데 일조해야겠다. 7박 9일의 짧은 기간 동안 장애학생가족참여 국외체험연수에 참가했던 모두가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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