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고] 서울에서 순창으로 전학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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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고] 서울에서 순창으로 전학 온 이유
  • 정인영 학생
  • 승인 2011.01.13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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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제일고 3년)

“난 서울에서 왔어”

“왜?”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상상력이 풍부한 몇몇 친구들은 집안형편, 가족문제 심지어 학교폭력까지 들먹이며 소설을 쓴다. 하긴 친척들 말마따나 너도나도 서울로 못 가 안달난 이 마당에 거꾸로 시골로 왔으니 당연할 수밖에.

어디를 가든 내 시골전학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고 특히 친척들 사이에 더 심했다. 그럴 때면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주눅 들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중3때까지 성적도 나쁜 편이 아니어서 특목고 대비 유명 학원에서 나름 높은 반에 있었고, 여느 학생들처럼 그저 어른들 말씀에 어긋난 법 없이 평범하게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만큼 모두가 거는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학을 간다니 그것도 시골로, 이런 ‘갑작스런 탈선’에 대한 반응들은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전학을 왜 왔느냐고?

지금 와서 말이지만 그런 기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한창 놀고 싶은 중3, 오후 4시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 새벽 3시까지 쉴 틈 없이 짜여진 학원 시간표대로 생활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는 물론 얼굴 볼 시간도 거의 없었고 학교에서도 틈만 나면 잠을 자느라 친구들과 수다는커녕 기본 수업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겉만 번지르르했지 감옥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생활은 특히 나처럼 공부할 마음은 없고 부모의 기대는 저버리지 못한 아들, 딸들에게 온갖 시간 때우기 기술과 인생무상(?)만을 한아름씩 안겨주었다. 우리는 그야말로 상위 1%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 시험마저 떨어지자 겉으로 내색만 안했을 뿐이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 시점에서 거의 충동적이다시피 내린 결정이 바로 전학이었다. 왜 시골로 왔냐는 질문에 항상 ‘시끌벅적한 도시보단 시골이 좋아서’라고 대답하기도하고 그게 가장 큰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학원이라는 감옥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그만큼 컸던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시작된 시골전학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특히 혼자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게만 느꼈던 엄마의 고단함과 무뚝뚝한 아빠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철없다고 느꼈던 동생의 따뜻한 마음을 떨어져있음으로 인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고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이고 바보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 생활이 마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낯선 곳에 혼자 있으니 울기도 많이 울고 외로운 적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더 힘들기도 했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그저 주어진 대로만 살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의지하기만 했더라면 가능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미세할지는 모르나 이렇듯 조금씩 성장해가는 내 자신을 돌아볼 때면 이런 결정을 한 내가 정말 자랑스럽고 무엇보다도 주위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끝까지 믿어준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작은 울타리라도 만들어 주려고 노심초사하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

수능도 끝나고 졸업만을 앞둔 지금. 선택한 길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꿈을 향해, 내일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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