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이 가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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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이 가진 의미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11.24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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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이 모였다. 1, 10, 100, 1000, 1만 등 단위가 바뀌는 것에 모든 사람이 민감하듯 100만은 꿈의 숫자였다. 민중총궐기는 작년과 같지 않았다. 집회에 처음 온 사람들이 많았다. 목소리와 북소리만으로 청와대를 덮었으니 물리력 이상으로 위력적이었다. 군에서 버스가 9대나 올라갔다. 버스, 기차표는 이미 매진됐고 전세버스를 빌리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린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대통령 끌어내리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청와대만 모른 체 한다.
“선거 때 1번 찍은 제 손가락을 자르고 싶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인터넷 댓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 비슷한 글귀가 콘크리트 지지층의 붕괴를 말해준다.
시골 수십 명 사는 마을에서 이장이 고작 한 두 사람한테 지지받고 나머지 모든 마을주민들한테 노여움을 샀다면 이장을 사퇴하는 게 맞다. 이장이 버티면 마을 주민들은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다. 적어도 주민들은 그 이장이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고 아무리 입바른 소리를 내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마을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군수, 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체면이 이미 구겨졌는데 무슨 낯으로 공무를 수행한단 말인가? 최근 박근혜는 아펙(APEC) 회의에 ‘안’ 갔다. 무슨 일만 생기면 비행기 탈 정도로 해외순방을 그렇게 좋아하던 자가 이 매력적인 여행을 마다한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이미 망칠만큼 나라를 망쳤는데 더 망칠 일이 남았나보다. 한ㆍ일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박근혜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을 열어줬다. 일부 ‘위안부’ 할머니에게 강제로 돈을 지급했고 계엄령을 만지작거린다. 제1야당 대표가 그냥 들은 얘기를 전했을 리 없다. 수도권 인근 부대가 비상대기 하는 등 구체적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독재자 애비로부터 배운 거라고는 힘과 권력으로 짓누르는 것밖에 없었나보다. 계엄령의 마지막을 빤히 알면서도 이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은 최태민, 최순실로부터 얻은 주술적 힘, 흔한 말로 ‘개깡’일까?
앞서 언급한 100만은 그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양적 축적에 이은 질적 변환이다. 1960년 4ㆍ19 항쟁으로 이승만을 끌어내렸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유일한 진보후보였던 권영길 후보가 100만을 얻지 못했다. 광우병 파동 때 모인 사람도 100만이 넘지 못했다. 그래서 진보진영에는 100만이 모이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과연 모이겠냐는 패배적 물음이 항상 따랐다. 모였으니 이제 바꿀 때가 됐다.
박근혜 퇴진이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어떤 사회,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답을 내야 한다. 누구의 민주주의로 복원할 것인지, 누구의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 누가 살기 편한 나라를 만들 것인지 답을 내야 한다. 박근혜 퇴진이 정의를 살리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 정의를 누가 살릴 것인가? 최순실이 마음껏 농락했던 그 제도 하에서 살릴 것인가? 여전히 시민들의 바람을 소화하지 못하는 야당에 맡길 것인가?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능력이 있다. 그것을 의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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