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폭십한/ 꾸준하지 못하고 자주 끊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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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폭십한/ 꾸준하지 못하고 자주 끊기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11.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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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한 일 曝 쬘 폭 十 열 십 寒 찰 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1

맹자(孟子)의《고자상편(告子上篇)》에 나온다. 일일폭지, 십일한지, 미유능생자야(一日暴之 十日寒之 未有能生者也) : 하루 햇볕에 쏘이고 추운 곳에 십 일 있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유세(遊說)정치가 성행하던 시절에 맹자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유세를 하게 되었는데, 제(齊)나라에서는 선왕(宣王)의 초빙으로 객경(客卿)을 지낸 적이 있었다. 제 선왕(宣王)이 우둔하여 국가를 다스리는데 별 업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처리가 경솔하고 간신들의 아첨을 쉽게 믿고 있었다. 맹자가 이에 불만을 갖고 어느 날 아예 날을 잡아 대놓고 왕에게 말했다.
“왕이 그다지 지혜롭지 못한 것이 사실 이상할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천하에 비록 생명력이 아주 강한 생물일지라도 밖에 내 놓아 하루 종일 햇볕을 쬐게 하고 다시 그것을 음지의 찬 곳에 10일 동안 놓아둔다면 어찌 살아남겠습니까? 제가 지금 왕을 뵙기는 하지만 그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또 제가 물러나면 제 말을 차갑게 하는 자들이 모여들 터이니 저 혼자서 싹이 나도록 노력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즉 제가 왕과 같이 있는 이 짧은 시간에 왕이 저의 의견을 받아들여 좋은 정치를 하려고 결심하시지만 제가 떠나고 나면 왕의 결심을 차게 하는 간신들이 들끓어 왕을 현혹시켜 이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고 이것이 오래되면 왕께서는 믿게 되시어…, 결국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이어서 또 다른 예를 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바둑을 잘 두는 혁추(弈秋)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제자 두 사람을 거두어 기법을 전수하였는데 배우는 자세가 달랐습니다. 한 제자는 시종 온 마음을 다 기울여 혁추가 말하는 것을 잘 듣고 꼭 그대로 두면서 의문이 나면 이해될 때까지 물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제자는 스승의 말을 듣고는 있으나 눈은 밖의 하늘을 향하면서 큰 기러기나 비둘기가 날아오면 어떻게 활을 쏘아 잡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일 년이 지난 후, 마음을 집중한 제자는 실력이 크게 늘어 스승을 능가할 정도가 되었으나, 그저 정신을 다른 곳에 팔던 제자는 아직도 문외한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왕이시여, 바둑이 비록 하찮은 기예이지만 온 마음을 다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더 배워내지 못하는 것처럼, 정치에 있어서도 이처럼 정신집중이 필요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비록 왕이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신하들이 온 마음으로 집중해 왕을 보필한다면 정치가 제대로 될 것입니다.”
맹자는 이처럼 두 가지 예를 들어 제나라 왕의 우둔함을 깨우쳐 주었다.
앞부분의 예는 ‘하루 햇볕을 쬐고 열흘 동안 추운 곳에 놓다’로 일폭십한(一曝十寒)이라는 성어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중단되거나 자주 끊김’ 을 비유하는 말로 의미가 바뀌었다. 즉, ‘일을 하다 말다 하여 성과가 없을 때’ 쓰는 말이 되었다.
뒷부분의 예는 훗날 전심치지(專心致志)라는 성어가 되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이라는 말처럼 ‘정신을 집중해 한 곳에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이 말을 써 ‘정신집중의 자세’ 를 강조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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