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균 흙건축연구소 살림
상태바
김석균 흙건축연구소 살림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11.24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표시골집 고치는 목수의 따뜻한 집 이야기

▲김석균 대표는 농협창고를 개조해 작업실을 만든 후 ‘부평초’ 인생을 끝냈다. 시골 주택의 단열이 안 되는 문제를 절감한 그는 볏짚과 왕겨, 흙을 이용한 단열시공을 하고 있다.

아이 아프고 나서 단열에 눈 떠…“집은 삶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시골 주택 단열문제 심각…재능기부로 집고치고 동네목수 교육

집에는 다양한 삶이 담겨있다. 같은 모양, 같은 구조의 집이라도 어떤 사람이 사느냐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더 나은 삶, 더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내 집 짓기를 꿈꾸고 개ㆍ보수를 염두에 둔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평생 쓰는 집은 사는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된다.
여기 그런 사람들의 꿈을 실현해주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원하는 것을 대신 해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집을 완성해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마음을 널리 쓰기를 바란다. 재능기부로 마을 집수리를 하고 동네목수를 양성하는 사람, 김석균(53ㆍ동계 이동)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다.
동계면 이동마을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도착하니 마침 그는 중고로 산 열화상카메라를 시험하고 있었다. 찬 곳은 파랗게 나오고 따뜻한 곳은 빨갛게 나오는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어느 부분을 보강할지 참고하려는 것이다. 그는 “아이가 추위에 노출돼 크게 아픈 적이 있다. 건축하는 사람 집에 단열이 안 돼 가족이 아프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볏짚과 흙으로 단열시공을 했는데 훨씬 따뜻하고 난방비는 절반으로 줄었다”며 단열에 관심 가진 계기를 밝혔다.
지난 2013년 순창에 온 그는 농촌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경악했다. “시골집의 60%가 30년 이상 됐고 20년 이상된 주택은 80%에 달한다. 1979년 이전에는 단열규정이 없어 단열이 전혀 안 되는 집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집이 낡으니 빈틈이 생기고 기밀유지가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은 고쳐서 살 수 있는데, 순창 인구의 38.4%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여기에 통계청의 오류가 있다. 이 수치는 순창읍을 포함할 때고 면 지역은 이보다 훨씬 낮다. 우리 동네만 해도 젊은 사람이 10%가 안 된다. 노인들이 추운 겨울에는 마을회관에서 지내는데 정작 아주 추운 밤에는 방에서 전기장판 켜고 지낸다. 월 50만원씩 기름보일러 때는 집이 얼마나 되겠나?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까지 마을건축학교 실습생과 함께 주택 25곳에 단열시공을 했다. 처음에는 다문화가정이나 독거노인 주택을 주로 시공했고 지금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는 마을회관 단열시공을 하고 있다.

▲흙건축연구소 살림은 동네목수 양성소다. 김석균 대표는 마을마다 목수 한 명쯤이 살면서 이집 저집 고쳐주기 바란다.
농촌 주거환경 개선에 그가 나설 수 있는 것은 그 필요성을 주변에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진행하는 마을건축학교에서는 이론과 실습교육을 함께한다. 건물주는 단열이 필요했고 교육생들은 실습장소가 필요했으니 농촌 주택은 그 대상으로 최적이었다. 그래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들은 자재비마저도 부담스러워 했는데 군에서 자재비를 지원해주었다. 그는 “귀농귀촌페스티발이 열렸을 때 생태단열 전시회를 열었다. 황숙주 군수가 지나가다 보고는 관심을 보였고 1000만원을 지원받아서 시작했다. 그 뒤로 전북 재능기부사업도 하게 됐다. 작두물 뜰 때 물을 한 바가지 넣듯 그 돈은 종자돈으로 아주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순창에 오기 전 여러 지역을 떠다니는 생활을 했다. 다소 늦은 35세 때 건축을 배우고자 대학을 다시 다니고 40살에 대학원까지 다니고 나니 어느새 전문가가 됐다는 그는 다른 곳에서 폐교를 빌려 고치고 생태건축학교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임대기간이 끝나면 건물주가 다른 사업을 한다며 자리를 비워 달라고 요구해 쫓기듯 떠나기 일쑤였다. 집 없는 이의 설움을 경험한 그는 동계면에 있던 농협창고를 사서 아예 눌러앉기로 했다. 건축가인 그의 아내가 먼저 순창에 와서 생활했으니 집안 걱정은 덜었다. 낡은 창고를 개조해 수업 공간 겸 작업실을 만들었고 한때는 직원 10여명을 둘 정도로 번창했다. 지금은 절반 정도로 직원이 줄었다. “직원 급여를 주려면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부속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을건축학교를 통해 동네목수를 길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숙식을 하며 교육을 받은 사람만 300여명이고 몇 시간씩 이론교육을 받은 사람은 훨씬 많다. “스스로 필요를 느껴 집을 고치고 생활하도록 길러내는 것”이 동네목수의 역할이자 마을건축학교의 목표다. 그는 “순창에 온 첫 해에 귀농한 세 가족이 품앗이 단열을 하겠다며 의뢰해온 적이 있다. 첫 번째 집은 가르치며 해줬고 두 번째 집은 그 사람들이 직접 작업하고 나는 보완해줬다. 세 번째 집을 할 때는 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교육의 효과를 설명했다. 볏짚과 왕겨, 흙을 사용하는 생태단열은 기왕이면 주변의 흔한 재료를 쓰자는 의도다. 신축건물에는 유용하지만 개보수를 할 때는 구조와 주재료가 이미 정해져 있어 다른 재료를 쓸 때도 있다.
김석균 대표는 “최고의 단열은 기술보다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집을 지을 때도 집주인과 마음이 맞을 때 작업이 가장 잘 된다고 말한다. 집을 물건 대하듯 하는 사람의 의뢰는 사양하는 그는 “재료비, 인건비보다 집을 어떻게 짓고 고칠 것인지, 집에 어떤 삶을 담아낼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어느 병원장 집을 지을 때 그랬다. 집 주인이 건축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니 곤혹스러워하기에 하다못해 라면 끓이고 청소라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하고나니 병원장은 손님이 올 때마다 건축 자재와 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대접을 받으면 망치질에 사랑이 담기고 완성도가 높아진다. 집 주인이 건축에 참여하면 자기 집에 대한 이해도가 생긴다”고 말했다.
‘마음으로 짓고 마음으로 고치자’는 사명으로 일 해온 그는 “집은 삶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한다”며 건축을 통해 따뜻한 세상을 구현하기 바란다. 시골집 고치기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인 그는 책 속에서 기능적인 것과 상식적인 부분을 강조해 누구나 쉽게 자기 집을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쓰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하우스 고설재배 수박 1200통 판매 사연
  • ‘금산골프장’ 확장 놓고 ‘찬반’ 논란
  • 수술받은 며느리 대신 ‘할미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 순창군, 인구감소율 전국 1위 불명예
  • [조재웅]주민에게 호소합니다
  • 금산골프장 확장 주민설명회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