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조수/ 앞 사람이 해 놓은 것을 잘 따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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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조수/ 앞 사람이 해 놓은 것을 잘 따르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12.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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蕭 쓸쓸할 소 規 법 규, 曹 무리 조, 성씨 조 隨 따를 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2

《사기ㆍ조상국세가(史記ㆍ曹相國世家)》에 나온다. 소야규, 조야수(蕭也規, 曹也隨) : 소하가 법을 만들고 조참이 이를 시행하였다. 
대통령이 되면 전 대통령이 잘한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꼬투리를 잡아 폄하한다. 글자 몇 개 고쳐 놓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양 온갖 생색을 내는 꼴이 역겹다. 그뿐이랴 도지사, 시장도 군수도 다 따라 그리하고 있으니 그 밑에서 영혼도 없이 일하는 공무원들과 세금만 잘 내고 있는 이 나라 백성들만 고달프다. 걱정이 태산 같구나. 
소하(蕭何)와 조참(曹參)은 한(漢, BC206-220나라 고조 유방(劉邦)이 패현(沛縣)에 있을 때 만난 동향이면서 천하를 얻는데 크게 도움을 준 오른 팔들이었다. 유방의 군대가 함양(咸陽)에 진격했을 때에 모두들 재화와 보물을 찾아다니고 있었지만, 소하만이 상국부(相國部)에 들어가 진(秦)나라의 법령과 규장ㆍ도서목록 등을 챙겨 보물처럼 보관하였다.
나중에 유방이 황제가 되어 소하를 승상에 앉혔다. 이때 소하가 이미 진 나라 때의 토지와 호적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하여 천하의 민심과 풍속을 장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바로 한나라의 법령과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소하와 조참은 원래 사이가 좋았으나 고조가 공신들에게 토지를 나눠줄 때 소하의 공로를 조참보다 높다고 하였기 때문에 조참이 약간의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둘 사이가 다소 소원해지긴 했다. 그러나 소하가 병이 들었을 때 황제에게 조참을 자기의 후임으로 추천하였다. 소하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조참이 바로 수하에게 명했다. “행장을 준비하고 새로운 옷을 만들어라”
승상직위를 인수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수하들이 크게 의심하였으나 명령을 받들지 않을 수 없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궁에서 사자가 와 승상을 제수했다는 소식을 전하므로 모두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조참이 일을 이처럼 자기의 일을 귀신같이 알고 미리 준비하는 것에 놀라고, 소하가 이처럼 관대한 것에 대하여 탄복해 마지않았다.
조참이 승상이 된 후 조정의 대신들이 쑥덕거렸다. “조참과 소하가 이전부터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지. 신관이 부임하면 대개 여러 가지를 바꾸게 마련이라 큰 개혁과 변동이 뒤따를 텐데…”
대신들이 이처럼 기대 반 걱정 반 하고 있었으나,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가도 승상부에 아무런 동정이 없고, 모든 행사를 함에 있어서도 하나도 고치지 않고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시행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술만 마시며 정무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화가 난 2대 황제 혜제(惠帝)가 조참을 불러 면전에서 힐문하였다.
“승상이 선제의 원훈(元勳)이라고 나를 경시하는 거요?”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폐하는 선제(유방)에 미치지 못하시고 저도 소하보다 훨씬 부족한 자입니다. 이처럼 훌륭하신 선제와 소하 재상이 천하를 평정하고 또한 법령과 제도를 제정했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그 제정된 법령과 제도를 굳게 지켜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술을 자주 마시는 것은 뭘 좀 하는 것처럼 하며 눈에 보이는 실적과 명성만 탐하는 자들을 찾아내려는데 그 목적이 있을 뿐입니다.”
훗날 사람들은 소하와 조참의 공적을 칭송하면서 민요를 만들어 불렀는데 가사를 풀어 보면 다음과 같다.
‘소하가 전심전력으로 법을 잘 만들어 놓았고, 조참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시행 하였네’
이 성어는 ‘소하가 제정한 법규를 조참이 따르다’는 뜻으로, 예전부터 사람들이 쓰던 제도를 그대로 따르거나 이어 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앞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 이를 비판하는 말로 쓰기도 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묵수성규(墨守成規)가 있다. 묵자(墨子)가 성(城)을 지킨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옛날의 습관이나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굳게 지키는 것’을 말한다. ‘종래의 규칙과 관례 따위를 지키고, 낡은 틀에 매달리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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