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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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01.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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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에 붉은 해가 떠오릅니다. ‘다사다난’이 부족했던 묵은해를 밀쳐내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모두 무너지는 참담함에, 주말이면 광장으로 나가야 했던 절망의 순간들이 아직도 이어지지만, 그 절망 속에서도 새해는 밝았습니다. 1000만명 넘는 대한민국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외친 희망은 ‘민주주의’, ‘민주공화국’입니다. 부정한 청탁으로 얽혀진 권력과 재벌, 가진 자들의 부정을 단죄하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적폐를 척결하자는 것입니다.
민족의 명절, 설날아침에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국민(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엄청난 권력(한)을 주(유)권자에게 약속한 만큼만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선거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권력자들은 공적인 가치보다 사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합니다. 탄핵 소추된 대통령, 구속된 시장ㆍ군수 등 비리 공직자와 돈으로 연결된 그들의 부역자들로 가득한 민주주의는 가짜입니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세대는 2016~2017년 촛불의 주역인 새로운 세대입니다. 남아선호사상이 무너진 가부장 가족체제의 끝자락에 태어나, 개인주의와 평등감수성을 체화하며 자란 이들입니다. 이들은 자유, 평등, 인권, 평화 등 근대적 가치들을 자율, 개방, 유연성 등 탈근대적 방식을 통해 구현하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디지털 세상은 집단지성 구축의 장이요, 유기적 연대의 실험장입니다. 이들은 정의와 민주주의에 관한 대안적 틀 짜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국가적 재난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했던 정부,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책을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자치단체.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계획적인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평범한 시민들의 삶은 더욱 더 고난해지는 불평등 사회. 학력과 병역조차 부모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정부와 기업이 편법과 탈세로 거래를 일삼는 나라에서 수개월째 촛불을 든 1000만 시민은 외칩니다. “세상을 바꾸자”고.
광장에서 확인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때까지 촛불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설날아침 차례상 앞에서 1000만 촛불의 염원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참여할 것을 결의합니다. 남녀노소, 장애, 빈부가 부당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나라, 가진 자들만 누리던 특권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되는 사회, ‘사랑ㆍ안전ㆍ평등ㆍ민주주의’ 등 아름다운 단어가 화석화된 문자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살아 숨쉬기를 기대합니다.
마음으로 준비한 설날 아침에 “우리가 도로 가만히 있게 되면 그들 또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천만년 저질러온 해악을 되풀이할 것이다”는 한 시인의 말을 기억합니다. ‘재벌 불구속, 기억에 없다는 모르쇠’를 보며 촛불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와 영속불변의 절대 권력자가 누구인지 새삼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끝낼 것 끝내서 올 것이 오게 해야 한다”고 누그러진 마음을 다잡습니다. 마지막 하나를 세우지 못해 땅을 치는 통곡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고 희망찬 행진을 할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사회변혁 작업에 기꺼이 동참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의 일상 속에 다가올 수 있도록 참여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회는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어둠을 온전히 지워내는 촛불처럼 각자 삶의 일터에서 제 몫을 다해야 합니다. 주민은 주민 몫을, 권력자는 권력자의 몫을 진심을 담아 정성껏.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 남편은 결코 부인을 이길 수 없다” 단 석 줄 속에 창도 방패도 모두 담겨 있어 더 격이 있어보였다는 한 배우의 말처럼, 설날 아침에 들리는 닭 울음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의 개벽을 알리는 외침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가와 지방에서 부정과 비리가 일소되는 날까지, 언론으로서의 ‘촛불’을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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