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그리고 청소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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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그리고 청소년의 미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02.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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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들의 2월에는 졸업의 아쉬움과 입학을 앞둔 설렘이 공존한다. 3월에 학년을 시작하는 공교육은 대부분 2월에 졸업식을 한다. 요즘은 ‘소통ㆍ공감하는 참여ㆍ축제형 졸업식’이 대세다. 무엇보다 격식이 먼저였던 과거의 엄숙한 졸업식 대신 축제를 표방하는 졸업식이 열린다. 어제 열린 순창 초ㆍ중ㆍ고의 졸업식 풍경도 그랬다. 사회자의 엄숙한 진행에 따른 국기에 대한 맹세나 애국가 제창은 없었다. 6년 또는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그 자리를 메웠고, 훨씬 보기 편하고 의미 있어 보였다.

국민의례로 시작되는 70~80년대 졸업식장에서는 단상 위 교장선생님이 단상 아래 '우수한 성적을 냈거나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에게 상장을 수여하면, 운동장에 집결한 학생들은 경직된 모습으로 축하의 박수를 쳤다. 졸업식 끄트머리에 후배의 송사, 선배의 답사가 이어지면 아쉬움에 눈물짓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서로에게 달걀을 던지거나 밀가루를 뿌리며 뒤풀이를 했고, 그 행동이 점점 과격해져 2010년 한 학교에서 ‘알몸 뒤풀이’ 사건이 일어나자, 졸업 날 경찰이 단속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예전 졸업식이 헤어짐의 아쉬움 속에 엄숙하게 진행됐다면 현재의 졸업식은 축제분위기가 연출된다. 교사와 학교 중심의 졸업식은 학생과 학부모 등 가족 중심의 졸업식으로 변했다. 요즘 학생들은 졸업식이 설레거나 아쉽기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 치러야하는 의례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고교생의 경우 더 심하다. 이미 반쯤 사회인이 돼서 졸업식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에 개성이 넘친다. 정중함보다 활달함이 보기 싫지는 않다. 예전의 경직된 졸업식보다 좋은 점도 있어 보인다.

사진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샘플 사진을 목에 걸고 영업하는 사진사들의 모습이 흔했다. 요즘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사진사를 대신한다. 과거 한 반 아이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담임 선생님께 넥타이 하나 선물하고 헹가래 쳐주던 모습도 요즘은 볼 수 없다. 그때는 졸업식장의 담임 선생님이 사진 ‘모델’이었는데 요즘은 부모, 친척, 친구들과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밀가루를 잔뜩 묻힌 채 친구들끼리 중국집을 찾아가던 모습도, 꽃다발 가득 든 모습도 이제는 사라진 졸업식 풍경중 하나다.

학생 수가 줄고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인 요즘 졸업식장에서는 졸업장을 주는 방법도 달라졌다. 모든 졸업생들이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으면서 교장, 담임 선생님과 악수하고 때론 포옹한다. 재학시절 내내 단상 아래에 앉아서 상을 받는 친구들을 지켜보았던 입장에서 졸업장을 받으러 단상에 올라서는 느낌은 어떨까. “단상에 올라가서 직접 받으니까 특별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졸업식의 주인공이 나라는 생각도 들고 존중받는 느낌도 들고 여러모로 좋은 거 같다.” ‘성적순이 아닌 공교육’을 생각하게 한다.

학생들을 억압하고 강요하기보다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를 준 결과가 졸업식장 주변에서 순찰차와 ‘암행’ 장학사를 없앴다면 과한 진단일까.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아이들과 소통을 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이 요즘 졸업식 풍경에 기여했고 졸업식 문화를 변하게 했다. 졸업생인 주인공이 제 자리를 잡으면, 자신들이 이날이 있기까지 공들인 스승과 가족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다잡는 변화도 일궈야 한다. 졸업식을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을 도운 학교와 스승을 위한 파티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7년 졸업식을 보면서,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인 나라. 재벌과 상속자의 나라, 대한민국을 확 바꾸는 일을 다짐한다. 촛불을 든 청소년들은 불법 행위는 엄단하는 일이 옳다는 데, 태극기 든 과거세대는 또 ‘가만있으라’는 나라. 물려받은 것이 별로 없어 영혼을 팔아서라도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보겠다고 기를 쓰는 나라. 취업 공부하느라 연애ㆍ결혼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널브러진 나라. 대한민국을 확 바꾸기 위해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18세 청년들이 참정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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