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사람을 부를 때 어떤 호칭을 사용하나요?
“저기 형씨, 담뱃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뭐, 형씨? 참나… 저기요 선생님, 있어도 못 빌려드리겠네요!”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람에게 라이터를 빌리기 위해 무심코 ‘형씨’라고 했다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어 괜한 봉변(?)을 당했다는 어떤 지인의 하소연이 생각난다. 흔히 ‘형씨’하면 ‘어이, 형씨’라던가 ‘이봐, 형씨’ 등 남자들끼리의 시비 상황이 떠오르기 십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도 도움을 구하면서 쓰기에는 정서적으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물론 당시 지인의 주장대로 ‘형씨’는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서 상대편을 조금 높여 가리키는 말로 사실, 뜻만 보면 불쾌감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결례될만한 호칭은 아닌 셈이었는데도 말이다.
살다 보면 잘 모르는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럴 때 보통 상대방을 뭐라고 부를까?
국립국어원이 최근 실시한 ‘대도시 지역사회 방언 조사’에 따르면 잘 모르는 남성을 부를 때에 ‘아저씨’, ‘사장님’보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자신과 비슷하거나 나이가 더 많은 여성을 부를 때에 여성은 ‘언니’, 남성은 ‘저기요’, ‘여기요’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비슷한 또래이거나 나이가 더 많은 남성을 부를 때에는 거의 모든 집단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만 66세 이상인 사람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기보다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성별을 기준으로 하여 살펴보면 남성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잘 사용하고, 여성은 ‘선생님’만큼 ‘아저씨’라는 호칭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잘 모르는 여성을 부를 때에는 전 연령에 걸쳐 ‘언니’를 주로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이모’, ‘아가씨’, ‘저기요’가 뒤를 이었다. 남성은 ‘아가씨’, ‘저기요’, ‘이모’, ‘언니’ 순으로 응답하여 성별에 따른 호칭어의 차이가 잘 드러났다고 한다. 또 특이한 것은 ‘저기요’나 ‘여기요’는 주로 젊은 층에서 사용하고, 66세 이상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할 때면, 누구나 어색하고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호칭에서 자연스러움, 나아가 정겨운 말맛까지 더한다면 좋겠지만 이것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유행가처럼 언어도 변한다. 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유행을 익히고 다듬어야할 필요가 있다. “저기 형씨, 담뱃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보다는 “저기 선생님, 담뱃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가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공감을 일으키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