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득인/ 인을 구하여 인을 얻고
상태바
구인득인/ 인을 구하여 인을 얻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2.08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求 구할 구 仁 인자할 인 得 얻을 득 仁 인자할 인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6

사무관 시절, 동료 G사무관은 평소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잘 내어 윗분들로부터 늘 인정을 받았다. 어느 해 가을 필자가 농산물유통융자금에 대한 이자율 조정을 기획하여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게 되었다. 그쪽 실무자가 다른 것은 이자율을 낮추는데 동의하면서도 수출자금만은 동의하지 않으면서 자기도 윗선에 보고하여 2,3일내 가부를 알려주겠다고 해서 그냥 내려왔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고 시간이 촉박하여 당초 요구 안으로 바로 장관결재를 받아 집행하였다. 나중에 이를 안 기획재정부에서 우리 측에 나를 징계해야 한다고 나왔다.
이때 G사무관이 그들을 찾아가 말했다.
“정사무관이 이 자금의 이자율 조정을 할 때 저도 일부 참여를 했으니  저도 문책 대상에 넣으세요. 취지가 농민 부담을 줄이려 한 것이고, 또 그 이자율 낮추어 봤자 세수부족이 몇 백만 원에 불과한데 이를 두고 남의 부처 사무관을 문책하라고 요구하는 건 괘씸죄를 거는 것 같습니다.게다가 아닌 말로 이자율 낮추는 것은 우리장관의 책임인데 예산을 주무른다하여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외부에서 알면 당신들 체면도 깎일 일이지 않겠습니까?”
덕분에 이 일은 없던 일로 넘어 갔다. 그는 나의 고마운 대상이 되었고, 뭇 사람들로부터 소신과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가 ‘구인득인’하여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이 성어는 《사기》 백이열전(伯夷列傳) 초반에 나온다. 공자가 백이와 숙제를 평가한 부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인을 구하여 인을 얻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음을 뜻한다. 혹은 지조와 절개를 지키고 의리를 지키다 죽은 사람을 칭송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백이와 숙제가 왕위를 받지 않으려 주나라에 왔다. 주가 은을 치는 것을 불가하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죽었다.(요약, 불년구악과 동일) 
이처럼 백이와 숙제는 한 임금만 섬기고, 악한 자와는 같이 있기를 거부하는 등 매우 결백하였고 동시에 남의 허물을 보면 참지 못하고 비판하는 포용이 좁은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에 대해 사마천은 공자의 말을 인용해 백이의 다른 일면을 말해주고 있다.
“백이와 숙제는 지나간 원한을 생각하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인(仁)을 구하여 그것을 얻었는데 또 무엇을 원망하였겠는가?”(孔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求仁得仁, 又何怨乎)
화재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은 소방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자신은 두 다리를 잃고 만 역무원, 모두 자랑스러운 ‘구인득인’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처럼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살신성인한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내가 그런 경우가 되었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자문해 보면 그러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죄스럽게 한다. 버스 속에서 폭력배가 아녀자를 괴롭히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도 못 본체 눈을 돌렸다는 기사를 보고 분개하면서도…,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쨌을까? 나도 자신이 없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