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불유경/ 지름길만 좇다간
상태바
행불유경/ 지름길만 좇다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2.22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닐 행 行 아니 불 不 말미암을 유 由 지름길 경 徑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7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민주국가를 지향한 지가 60여년이 다 되어가는 이즈음, 이처럼 참담할 수가 있는가? 
필자는 과거에 정정당당하지 못한 갖가지 편법들이 많았지만 그간 민주국가를 지향하면서 많이 훈련이 되고 교정하면서 정화가 되어 제법 발전된 민주국가가 된 줄 알았었다. 그러나 최근 온갖 매체들이 ‘저 위로부터 주도적으로 벌인 온갖 편법의 백태와 너무 몰염치한 사실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하여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나 오히려 법을 알고 배웠다는 사람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들과 돈 많은 재벌들이 자신들만의 사익을 위해 유착하여 실타래처럼 잔뜩 꼬이고 꼬여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니 놀람보다 다시 1960-7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나라의 장래가 걱정되기만 하였다. 또한 업무상 다른 나라 사람을 자주 접촉하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 창피스럽고 부끄러워 낯을 들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제대로 된 길을 가지 않고 샛길이나 지름길을 택한 탓이다. 아! 후세들에게 뭐라 변명 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편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행불유경’의 정도를 가르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길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성어는《사기》백이열전(伯夷列傳) 중간부분에 나온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나오는 얘기를 사마천이 백이열전의 ‘천도시비’ 부분에서 ‘길을 가는 데도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라고 언급하였다. 길을 가는데 있어서 지름길이나 뒤안길을 취하지 않고 큰 길로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유(子遊)가 무성(武城)의 읍재(邑宰)를 할 때 공자가 물었다.
“이곳에서 인재를 찾았느냐?” “담대멸명이란 자가 있는데, 그는 샛길을 다니지 않으며 공무가 아니면 저의 방에 온 일이 없습니다.”(子遊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爾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
행동을 공명정대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성어는 눈앞의 이익을 탐하여 얄팍한 꾀를 쓰지 않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군자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일맥상통한다.
길이란 게 통행하는 물리적 길이란 의미 외에도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으로서의 길 그리고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길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름길에는 정당하지 못한 편법과 비리와 같은 유혹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일을 할 때에 바른 길을 걷지 않고 지름길을 찾아 편법을 쓰면 빠르고 이로운 것 같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화근이 되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무리 빠른 길이 있어도 정당하지 못한 길일 때는 단호하게 멈출 줄 알아야 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 그리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지름길을 좋아하는 자가 누구인가? 오늘날 국가권력을 말하자면, 그것이 막강하여 어떠한 개인이나 집단보다 우월하다. 이러한 공권력을 이용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고 말살하며 사리사욕을 챙기는 그런 자들이 비일비재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함께 몰려 있으면서 하루 종일 사리사욕만 생각하는 곳 즉, 우리 국회. 민의의 전당은 어디가고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는 이들, 영혼도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고위공무원들, 아이들 가르치는 것보다 정치와 이권에만 눈을 돌리는 교수들, 법이 자기 것이라며 제멋대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사익을 좇는 법조인들, 온갖 이익을 탐하여 정치인과 관료들과 유착하는 재벌들, 권력의 측근에서 그만 두라할까 두려워 한 마디 간언도 못하면서 오히려 호가호위하여 사익만을 챙긴 간신배들, 이들이 저지른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으로 지금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이들이 제발 행불유경의 교훈을 새겨 공명정대한 행동으로 나라의 모습을 일신하여 주기를 바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