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2)/ 공 박사네 입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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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2)/ 공 박사네 입양되다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3.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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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2화

 

도시 근처의 고급주택가.
어두컴컴한 저녁, 이 층 양옥집 차고에 신형 소나타 승용차가 멈춰 섰다. 공 박사는 차에서 내렸다. 잔디밭을 걸어가 현관 앞에 섰다. 네모난 상자를 양손에 들었다.
“♩♩/♬♬♬/♬♬♬……”
초인종을 누르자, ‘강아지 왈츠’-쇼팽이 작곡한 왈츠음악- 벨 음악이 뛰어나왔다. 마치 강아지가 현관 안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멍멍 짖는 듯했다. 맹자 녀석! 벌써 2개월째다. 현관 벨 음악도 바꾸고,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른 것이……. 공 박사의 이마에서 지렁이 세 마리가 꿈틀거렸다.
오늘 녀석의 생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애완견을 대령하라신다. 어제는 마지막 경고장을 받았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는데 장난감 물통이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됐다. 낳은 자식을 탓할 수도 없고, 아이들 엄마를 걸고넘어지자니 집에서 쫓겨날 위험성이 있다. 아무튼 애들 앞에서 아빠 체면을 구길 수는 없는 노릇. 크게 한숨을 쉬고 집게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대고는 쉿! 했다. 곧바로 하늘을 우러러 손가락질을 했다.
‘Oh My God! (오 마이 갓!)’
현관을 빼꼼 열어봤다. 혹시나 싶어서……. 맞은편에 녀석의 얼굴이 나타났다.
11살 먹은 큰아들 맹자와 그 뒤편에 6살짜리 늦둥이 막내딸 순자. 그리고 거실에서 살짝 얼굴만 내밀고 주방으로 사라지는 갈퀴 없는 사자, 안방마님 강 여사.
순자가 아빠 넓적다리를 덥석 안았다. 초롱초롱한 눈이 깜찍할 정도로 예쁘다. 오늘도 아들 맹자는 개들이 우글거리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짠!”
공 박사는 큼직한 네모상자를 내밀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와우! 멍멍 강아지 들었어.”
맹자가 잽싸게 상자를 낚아챘다. 공 박사는 정말 한방 쥐어박을 데라도 찾고 싶었다. 싸가지 없는 녀석. 존댓말은 국물에 밥 말아 먹고, 쌈 싸 먹은 지 오래다.
“아빠, 강아지를 상자에 넣어오면 어떡해요? 목걸이 달아서 데려와야지. 숨 못 쉬면 어떡해!”
순자는 마치 강아지 마음을 헤아리듯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다. 공 박사는 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맹자는 후다닥 거실로 뛰어가서는 곁 상자를 뜯었다. 상자 안에 또 유리 상자. 검은색 유리 상자다.
“뭐야? 이거, 안에 장난감 들었어.”
맹자는 김이 팍 샌 표정을 지었다.
공 박사는 가방에서 갤럭시 노트을 꺼냈다.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두 개의 빨간 불빛이 검은 유리 상자 안에서 반짝거렸다. 상자 뚜껑이 톡, 열렸다. 푸르디푸른 에메랄드 빛 몸통을 가진 치와와였다.
“와! 강아지다.”
순자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 로봇개를 상자에서 꺼냈다. 맹자는 옆에서 입술을 삐쭉거렸다.
“진짜 강아지 사 달랬잖아. 로봇 장난감 말고! 옆집 호동이는 사냥개 달마티안도 키우는데…….”
맹자는 빈 유리 상자를 발로 차고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았다. 공 박사는 한마디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맹자 녀석은 무엇이든 뜻대로 안 되면 곧바로 심통을 부린다. 여기서 태도가 뭐야!, 하며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꿀밤까지 날리면, 녀석은 곧바로 2단계 땡강 부리기 작전에 들어간다. 그땐 안방마님이 등장하면서 집안싸움으로 번진다. 참든지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한다. 공 박사는 거실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를 봤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가훈 1장 1절)
순자는 로봇개를 꼭 껴안고 뽀뽀를 했다. 품 안에 꼭 안길만큼 크기도 앙증맞았다. 스카이는 타자치듯 눈앞 화면에 글자를 써내려갔다.
이름 : 공순자 (6살)
성별 : 여자애 (or 인간암컷새끼)
아이큐 : 가끔 똑똑하게 생겼네 하는 말을 듣는 정도
성격 : 뽀뽀를 잘하고, 귀엽게 굼. 특히 뭘 사 주었을 때.
현재 상황 : 매우 흥분된 상태임.
대응 방법 : 주인이기 때문에 즉각 반응해야 함.

 

“멍멍멍!”
스카이의 푸른 에메랄드 빛 몸통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
“어머, 색깔이 바뀌었어!”
순자는 아빠와 로봇개를 번갈아 보았다.
“하하하, 스카이가 상대편 기분을 알아보는데. 상대편이 기분 좋아 보이면 붉은색으로 변하고, 화가 나 있으면 검은색으로 변해.”
순자가 스카이를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다. 스카이는 폴짝폴짝 뛰어서 맹자에게 다가갔다. 맹자를 쳐다보며 꼬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맹자는 스카이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무늬만 강아지. 저리 꺼져!”

이름 : 공맹자 (11살)
성별 : 남자애(or 인간수컷새끼)
아이큐 : 그때그때 따라 다름.
성격 : 아직도 물은 물이고, 불은 불인지 잘 모름.
현재 상황 : 무슨 짓을 할 지 모름.
대응 방법 : 아무리 주인이지만 즉각 반응해야 함.
     
“멍멍!”
스카이의 온몸이 검게 변했다. 꼬리도 파르르 떨었다.
맹자는 흥, 하고는 2층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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