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거부터 잘해야 주민주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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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거부터 잘해야 주민주권 성장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04.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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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도에 있는 연북정(戀北亭)이 ‘북쪽을 사모하는 정자’인 것을 알았다. 조선시대 제주에 부임한 관리나 귀양 온 양반들은 이 정자에서 임금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하긴 매년 ‘인서울’을 위해 마음을 졸이는 수험생과 가족들이 넘쳐나는 서울집중 현상은 지금까지 이어져 확대되고 있으니 ‘연북정’ 사연이 놀랄 일은 아니다.
요즘 수험생들은 ‘인서울이 아니면 루저(패자)가 된다’고 여긴다. 어디 수험생뿐인가. 자치시대라지만 ‘서울집중 현상이 조선시대부터 지속된 것을 고려하면 지방자치는 우리 유전자에 맞지 않다’는 인식이 답답하고, “민선보다 관선 때가 좋았다”, “(단체장의 부패ㆍ비리ㆍ독단 등에) 이럴 바에는 차라리 관선시대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본말전도라 안타깝다.
1995년 6월 27일, 구청장ㆍ군수ㆍ시장ㆍ도지사 등을 직접 뽑았으니, 지방자치 역사가 20년을 넘겼는데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 이는 정경ㆍ문예ㆍ학술ㆍ의료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됐다면서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한 결과다. 주민이 생각하는 ‘지방자치’와 정치인의 계산 속 ‘지방분권’이 같지 않고, 셈법도 관심 순위도 다르니 남 탓을 할 수도 없다.
인도의 비폭력 지도자 간디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중앙에 앉아 있는 몇 명의 사람들에 의해 작동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마을의 주민들에 의해 아래로부터 작동돼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집단의사를 대리하라고 뽑았는데,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정치인에게서 자치나 민주를 기대할 수 없으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라는 권고다. 촛불 든 시민처럼.
공공성은 아예 염두에 없는 공직자. 노골적으로 자신과 측근의 탐욕을 채우는 데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지만 투표로 뽑혀 쉽게 바꿀 수도 없다. 또 바꾼들 탐탁스럽지도 않다는 사람도 많다. 이것이 지금까지 보여준 주인(주민)과 대리인의 관계다. 천만 촛불의 바람은 무엇인가. 대리인에게 위임한 권리를 되찾아 차별없는 사회, 공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이다.
국가 차원의 대의민주주의와 진정한 자치를 위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결의다. 국가의 미래와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하는 대통령, 철학과 실력 있는 단체장, 공부하는 풀뿌리 의원을 뽑아 정치와 자치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다. 주인인 주민이 자치의 중심에 직접 참여하여 차별 없는 지역사회, 공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자는 다짐이다.
“주민이 합의의 질서를 세우고 정치가 이에 따르게 하는 게 자치라면, 정치가 일방적 규칙을 만들고 주민을 이에 동원하는 게 통치다”고 했다.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자치가 성장한 지역, 주민력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마을일수록 경제 성장률도 높고 주민들의 행복도도 더 높”다고 한다. 무작정 따르라는 행정은 자치가 아니다. 성과도 높지 않다.
통치 체제의 관행이 자치로 포장돼 주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구습을 해체해야 한다. 행정의 하부조직, 각종 선거에서의 조직책을 자임했던 토호들의 준동을 막아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유지하려는 행정과 자치를 돕는 척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려는 토호들을 척결해야 한다. 주민이 행정서비스의 단순수혜자가 아닌 자치의 주인임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
진정한 자치, 공정한 사회는 주민들의 참여로 이룩된다.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권위’를 찾아야 한다. 대리인들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위임할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보다 부지런히 감시해야 한다. 주민 개개인의 노력과 끊임없는 토론과 학습을 통해 ‘주민력’을 높여야 한다. 주민력이 성장하면 그동안 공직자와 정치인에게 농락 당해온 주민 주권을 바로 세울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자치단체장 선거는 일 년 남짓 남았다. 낼모레는 산림조합장 선거, 그 다음에는 노인회장 선거를 한다. 모든 주민이 다 투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크고 작은 일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를 뽑는 일이다. 작은 선거부터 잘해야 한다. 그래야 풀뿌리 민주주의 자치시대가 열리고 주민 주권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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