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이다 / 늘리다, 너비 / 넓이
아이들 옷 살 때면 늘 마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치수 문제. 아이를 위해 몸에 딱 맞는 옷을 사 입히고 싶지만 금방 훌쩍 커버리고 또 요즘 옷값도 만만치 않아 치수를 두고 고민하기 일쑤다.
특히 남자아이들이 폭풍 성장하는 중학교 시절이면 더 머리가 아프다. 교복은 물론이고 어떤 옷이건 1년을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때 비싼 교복을 새로 구입하기는 부담스러우니 넉넉하게 접어둔 바짓단을 수선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 치수 큰 것을 사서 단을 접어서 입혔다가, 아이가 크면 단을 내어서 길이를 길게 하는 경우 ‘늘이다’와 ‘늘리다’ 중 어느 것을 써야 할까?
‘늘이다’와 ‘늘리다’는 둘 다 ‘늘다’와 관련 있는 말이어서 의미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늘이다’는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라는 뜻이 있다. 예를 들어 “고무줄을 늘이다”나 “엿가락을 늘이다” 등과 같이 쓰이는 것이다. 이 외에도 ‘늘이다’에는 “햇볕이 좋은 탓인지 오늘따라 이불을 베란다에 늘여 놓은 집이 많다”나 “머리를 땋아 늘이다”와 같이 ‘아래로 길게 처지게 하다’라는 의미와 “경계망을 늘이다”처럼 ‘넓게 벌여놓다’라는 뜻도 있다.
반면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사로 ‘물체의 길이나 넓이, 부피 따위가 본디보다 커지다. 즉 이전보다 많아지게 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몸무게를 늘리다”, “평균수명을 늘리기 위해”, “바짓단을 늘리다”, “학생 수를 늘리다”, “세력을 늘리다”, “실력을 늘리다”, “살림을 늘리다”, “시간을 늘리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또한 ‘늘이다’가 ‘길이’에 해당한 것과 같이 혼동하기 쉬운 말 가운데 ‘넓이’와 ‘너비’가 있다.
‘너비’는 ‘평면이나 넓은 물체의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나 길이’를 뜻하는 반면, ‘넓이’는 ‘일정한 평면에 걸쳐 있는 공간이나 범위의 크기나 면적’을 나타낼 때 쓰인다.
따라서 “섬진강은 대체로 너비가 좁고 강바닥에 암반이 많이 노출 되어 있는 특징을 가진다”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의 3.2평 넓이의 독방에 배치되었다”와 같이 구분해서 써야 맞다. 당연히 이들을 재는 단위도 ‘너비’는 ‘미터(m)’나 ‘킬로미터(km)’이며, ‘넓이’는 제곱미터(㎡)나 ‘제곱킬로미터(㎢)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