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바람이 불때에」
상태바
어린이책/ 「바람이 불때에」
  • 정은주 연구회원
  • 승인 2017.04.05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정은주 어린이도서연구회원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
레이먼드 브릭스 지음 / 김경미 옮김

 

‘무지’에 대한 풍자 담은 책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 위에 핵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자신의 부모님을 모델 삼아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렸단다. 표지의 장면을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외딴 시골 마을에 정년퇴직을 한 사이좋은 노부부가 살고 있다. 그 부부는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한적한 시골마을로 내려와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집안일과 씨름을 하고 할아버지는 도서관에 가거나 신문을 읽으며 할머니와 한적한 생활을 하는 것뿐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읽고 할아버지는 핵전쟁 대비를 위한 지침서를 빌려와 집안에 방공호를 만들고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한다. 핵전쟁은 시작되고 그로 인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방사능에 노출된 채  6일동안의 생활모습을 그린 책 이다. 불행히도 7번째 날은 돌아오지 않은 채 이 책은 끝이 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왜 외딴 시골마을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인공이어야 했을까?
핵폭탄의 비극과 방사능 유출의 절망적 상황을 맞닥뜨린 영국의 한 시골부부가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아주 사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러면서도 목숨이 다하여 쓰러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정부가 나눠준 지침서대로 행동하였다는 것에 안도하고 정부의 높은 사람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허무함까지 느껴졌다. 힘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쟁의 피해자는 결국 권력과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일반 힘없는 시민이란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고 누가 이겼는지, 누가 잘못한 건지 그러한 것은 이 책에서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전쟁이 터지면 고통 받게 되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둘째 왜 핵전쟁이어야 했을까?
이 책을 펴낼 때의 영국은 핵전쟁의 위기감이 절정에 달해 있을 때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을 통하여 핵의 위험성을 일깨우길 원했던 것 같다. 지금도 원전 방사능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사능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람에게 노출되었을 때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단순히 약을 처방받거나 수술 따위로 해결되어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본의 원전유출이나 러시아의 체르노빌의 경우 방사능에 유출된 동식물, 흙과 물 등에 관한 환경문제는 항상 있어왔다. 우리도 독일처럼 시간을 갖고 탈원전을 지향해야 한다. 노후 원전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가면 20~30년 후에는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무지와 어리석음이 같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은 만화적 기법으로 둥글둥글하게 재미있게 그려나갔지만 사람들의 무지를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처한 핵전쟁에 대한 부부의 대처법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급한지 정부의 지침대로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과학문명이 발달했고 컴퓨터가 발달했으니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적의 공격정도는 간단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차 대전의 기억도 좋았던 추억으로 미화시켜 지나간 역사를 왜곡시켰다.
무지를 벗어났지만 그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 미숙과 고집스러움으로 고작 지침서에 나온 대로만 따라하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이 노부부와 우리는 얼마나 다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가 뭔가를 믿는 것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든든한 삶의 모습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지침대로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믿었던 노부부의 끝이 남일 같지 않아 슬프다.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면서도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