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인사’ 보다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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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인사’ 보다 ‘적폐청산’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04.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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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장미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5월 9일 치르는 대통령선거는 ‘촛불대선’이다. 촛불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대통령이 당선되어야 한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바람은 하나같이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일상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위정자들의 셈법으로 빼고 더할 것 없는 상식선이었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국민들이 “내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라는 자괴감을 갖지 않도록 촛불의 시대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이제 선거는 일상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대선(대통령), 총선(국회의원), 지선(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의원) 외에도 조합장ㆍ노인회장ㆍ이장 선거 뿐 아니라 동호회장 선거까지 수가 많아 열거하기조차 쉽지 않다. 매화꽃 지니 동백꽃 피고, 개나리 지니 벚꽃 만발한 봄날이다. 인근 꽃구경이 식상해서 대절버스 타고 꽃구경하려고 일찍 채비한 날 아침. 꽃구경 가는 어르신보다 한 표 달라고, 나를 기억해 달라고 영접(?)나온 인사들이 즐비하다.
이를 보며 얼굴은 웃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오랜만의 나들이 생각에 지난 밤잠을 설쳤는데, 오는 인사도 마지못한 대꾸도 건성 건성이다. 어색해서 서둘러 전세버스에 오르니 차안 통로에 마이크 든 유력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 피하다 우박 맞은 기분이다. 지난 7일 조합장 선거, 11일 노인회장 선거에 나선 사람, 1년 남짓 남은 선거에 군수 나서겠다는 사람, 도의원ㆍ군의원 나설 인사들과 인사 하고ㆍ받고… ‘막내둥이 응석 받듯’ 할뿐 도리 없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역과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의 바지런은 탓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떡 줄 사람’보다 ‘김칫국’ 먹을 사람이 횡행하니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속담이 딱 맞다. 이들의 감투욕심은 ‘천정부지’다.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체제에서 권력을 누려본 사람, 안이하고 비효율적인 사회제도에서 출세한 사람의 정치 야욕을 보통사람이 어찌 알까. 그 자만이 나들이 가는 즐거움을 줄인다면 억지인가.
논둑에서도 자장면을 시켜 먹는 농촌이 됐지만,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도시 아파트 풍경과는 아직은 사뭇 다르다. 교육, 자연, 농사(직업), 사람 관계 등 도시와 농촌의 삶 법은 아직 차이가 많다. 그래서 ‘전통적 지혜의 보고’이고 ‘학위 없는 교수’인 농촌 어르신들 대접은 정중하고 융숭해야 한다. 어르신 봄나들이나 동네 노인정에서 삼겹살과 부침개에 막걸리 한 사발 대접하는 일이 예삿일 아닌 것은 ‘어르신 잔치’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박정희 대통령 덕에 보릿고개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은 “누가 되든 선거를 할수록 노인들은 더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실제로 선거 때마다 누군가가 모셔가고 모셔왔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라 그 누군가와 투표장에 가면서 누구를 찍을지 물어, “전쟁 때 하도 고생을 해서 ‘빨갱이’만 아니면 된다”며 ‘나한테 잘한 놈’ 없으면 ‘잘할 놈’ 이라고 일러주는 대로 찍었다.
마을에서는 ‘지혜의 보고’이고 농사에서는 ‘학위 없는 교수’인 어르신들이 선거 때마다 ‘선거꾼’들의 농간에 휘둘려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까지 50년을 보냈다. 독재ㆍ부정ㆍ부패ㆍ모욕과 배신의 정치판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에서 일어났다. 지방자치를 시작했다. 20년 넘게 지났다. ‘수평적 연결망으로 이어진 지방분권의 역사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거짓말이었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배운 ‘도적질’로 주민의 풀뿌리 자치 염원을 농단했다.
촛불 든 시민의 힘으로 중앙권력의 못된 기운(아우라)을 벗겼다. 박근혜가 퇴진했다.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 그러나 선거가 모든 것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다. 정의를 외면하는 ‘적폐’(공복이라는 자존심을 사욕과 바꾸는 공직자, 권력과 결탁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는 사업가, 소임을 망각하고 비교육적인 방법에 동조하는 교육자)를 먼저 척결해야 지역도 나라도 바뀐다. 작은 고을에서는 촛불 드는 것도 용기라, 공개적 ‘검증’도 ‘청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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