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1
서한(西漢, BC206-AD25)시대 유향(劉向)이 편찬한《列仙傳(열선전)》에 나온다. 농옥승룡, 소사승룡, 공승천거(弄玉乘龍, 簫史乘龍 共昇天去) : 농옥과 소사가 용을 타고 하늘에 올랐다.
나이가 꽉 찬 딸을 둔 부모는 근심이 크다.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시집을 가야 하나요?” 라고 반문하는 딸을 보면 억장이 무너지고 만다. 친구 혼사에 축하하러 갔는데 ‘내 딸은 왜 이런 좋은 신랑감을 못 만날까?’ 하며 돌아온다. 내나 마누라가 영 잘못 생긴 것도 아니고 가정환경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왜? 아니면 총각들이 눈이 좀 삐었나? 이 글 읽으신 분들, 사위 하나 구해 주소!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진(秦)나라 목공(穆公)에게 딸 농옥(弄玉)이있었다. 예쁘게 잘 생긴데다가 생황(관악기의 일종)도 잘 불었다. 목공이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 어떻게든 훌륭한 사윗감을 찾아주려고 고심하였다.
어느 날 밤, 농옥이 꿈속에서 천산(天山) 서남부에서 매우 준수한 한 남자가 아름다운 보라색 봉황을 타고 그녀가 살고 있는 봉대(鳳臺)앞에 와서 우렁차게 말하였다.
“나는 태화산(太華山)을 다스리는 자로 옥황상제가 나를 불러 공주의 배필이 되어 살라고 하셨소이다.”
말을 마치고 나서 바로 퉁소를 꺼내어 한 곡을 불었다. 농옥은 맑고 그윽한 퉁소소리에 크게 도취하였다. 이튿날 농옥이 아버지에게 꿈 얘기를 들려주자 목공이 바로 믿을 만한 수하를 태화산에 보내 퉁소를 불렀다는 그 남자를 찾도록 명하였다. 수하가 마침내 퉁소를 분 소사(簫史)를 찾아내 궁으로 데려 왔다.
목공이 소사에게 퉁소를 한 번 불어보라고 명하였다. 퉁소를 불기 시작하자 목공과 같이 있던 신하들이 모두 퉁소소리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심취하였으며 대청 뒤에서 몰래 듣고 있던 농옥이 자기도 모르게 말하였다.
“아! 이 자가 나의 남편이구나!”
이리하여 목공이 마침내 두 사람을 혼인하도록 하였다. 부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룬 가운데 농옥도 남편으로부터 퉁소를 배웠다. 반년이 지난 어느 날 부부가 같이 달빛 아래에서 퉁소를 부는데 갑자기 한 마리의 보라색 봉황 이 날아 와 봉대의 좌측에 앉더니 또 한 마리의 붉은 용이 봉대의 우측에 와 앉는 것이었다. 이를 본 소사가 농옥에게 그 간의 일을 말했다.
“나는 원래 하늘에 있던 신선인데 그대와 인연이 있어 특별히 내려와 혼인까지 했지만 오랫동안 인간세계에 머물 수는 없소. 이제 갈 시간이 다 되어 아쉽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오.”
농옥이 같이 가기를 청하니 마침내 소사는 용을 타고 농옥은 봉황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 한 쌍의 신선 부부가 되었다.
이 고사에서 소사는 용을 타고 승천한 자로 사랑하는 딸이 가장 좋아했던 사위였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위를 얻은 것을 비유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위를 칭찬할 때에 존칭하여 이 성어를 썼다.
유사한 성어로 신선권속(神仙眷屬)이 있다. ‘부부간의 혼인생활이 행복하고 원만하여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