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5)/ 재활용센터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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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5)/ 재활용센터 추격전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4.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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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5화

영어 학원 숙제 노트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맹자는 딴 짓을 했다. 블루투스 스테레오 이어폰을 끼고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주인공’이란 제목의 노래였다. 꽤 오래된 노래다. 기관총보다 빠른 래퍼 가수 ‘아웃사이더’가 불렀다. 맹자가 좋아하는 래퍼 중의 한 명이다. 뭐 좋아한다고 여자애들처럼 팬클럽에 가입할 정도는 아니었다. 노래도 단지 강아지가 표지모델로 나와서 메론 엡에서 다운받았다. 다른 친구들은 공짜음악 사이트만 찾아다니는데 맹자는 절대로 그 짓만은 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팬클럽에 가입해서 미칠 듯이 좋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강아지가 주인공이라니, 정말 필이 팍 꽂혔다. 지금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가 휴대전화 화면에서 혀를 내놓고 헉헉대고 있다. 맹자는 의자에 일어나 엉덩이를 흔들었다. 귀속으로 흘러드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셋 둘 하나 더 크게 외쳐 / 몰아치는 거센 비바람에도 난 춤춰 / 오늘도 셋 둘 하나 /  더 깊게 숨 쉬어 날 따라와 / 더 새로운 나를 난 꿈꿔 꿈꿔 (랩 부분) 값비싼 차가 없어도 난 OK / 값비싼 신발이 없어도 난 OK / 모두가 비싼 옷과 비싼 시계 / 비싼 만남을 원하면서 / 정작 작은 화면 뒤에 숨어 친구를 욕해 / 난 당당하게 두발로 / 거친 세상 위를 누벼 / 내 목소리는 편견으로 막힌 두 귀를 뚫어 / (중략) / 1등 2등 3등만을 원하는 세상아 덤벼라 /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내 혀는 / 그 어떤 방패라도 뚫어 / 돈과 명예 명품 백을 원하는 세상아 덤벼라 / 그 누가 뭐라고 손가락질하고 / 욕해도 포기란 없어 ♬
랩이 정말 기관총보다도 더 빨랐다. 맹자의 혀가 다 꼬일 지경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 친구들하고 랩 배틀 -노래로 말싸움- 을 하기로 했다. 옆집 호동이가 최고 강자다. 녀석의 입은 거의 따발총에 가깝다. 랩으로 노래할 때는 거침없이 욕을 해댄다. 씨X, 개X,  X같은 놈, 이런 욕은 식은 죽 먹듯이 뱉어낸다. 친구들은 일단 욕에 기가 죽어버린다. 녀석에게 계속 지고만 살 수 없다. 요즘 호동이의 개, 달마티안 슈퍼번개 때문에 더 왕짜증이다. 매끈하고 늘씬한 다리를 가진 검은 점박이 개랑 호동이가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속이 배배 꼬일 지경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지 녀석을 한 방 먹여야 한다. 맹자는 개다리춤을 추면서 랩을 연습했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맹자는 후다닥 영어 노트를 들췄다. “뭐해?”
순자가 문가에 서서 말했다. 맹자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곧바로 눈총을 쐈다.
“Don't you know how to knock?”(너 노크할 줄 모르니?)
제법 혀를 굴러가며 영어로 한마디 했다.
“먼 소리래?” 
순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방에 들어올 때는 노크해라. 안 그러면 한 대 쥐어 박힌다.”
맹자가 주먹을 앞세웠다. 순자는 기죽은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다 한마디 중얼거렸다.
“요즘 귀신들은 스트레스 많이 받나 봐. 영어도 해야 하고…….”
순자는 혀를 날름 내밀며 메롱, 했다.
“이게 까불어.”
맹자는 주먹이 울고 있다는 듯 순자를 향해 부르르 떨었다. 그 사이, 문틈으로 스카이가 들어왔다. 맹자를 보더니 멍멍 짖었다.
“어쭈, 이제는 가짜 강아지까지 편드는 거야.”
맹자는 혀를 찼다. 잽싸게 뛰어가 스카이의 몸통을 집어 들었다.
“넌 원래 아빠가 나한테 선물한 거야. 어디서 주인도 몰라보고 까불어.”
“스카이 돌려줘. 오빠가 싫다고 했잖아.”
순자는 한 손을 내밀며 울먹였다. 맹자의 눈에 순자의 손이 큼지막하게 보였다.
“어, 너 손에 붕대 감았잖아. 그러고 보니 무릎에도 반창고 바르고.”
맹자는 이제야 순자가 다친 걸 눈치챘다.
“진짜 강아지들이랑 싸웠어.”
순자의 말에 맹자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순자는 웰빙 체육공원에 산책하러 갔다가 떠돌이 개들이랑 싸운 이야기를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마치 영광의 상처라도 입은 듯 다친 손발을 쉴 틈 없이 휘저었다.
“정말 개가 들으면 웃을 일이다. 너 같은 꼬맹이를 상대해서 뭐 하겠다고 싸우냐?”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보여 줄 수 있어. 아빠가 그러는데 스카이는 자기가 본 걸 비디오로 찍어놓는데. 아빠가 사용법도 일러줬어.”
순자는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갤럭시 노트를 내밀었다.
“스카이가 그렇게 똑똑해?”
맹자는 은근슬쩍 관심이 갔다. 장난감치고는 꽤 기능이 다양해 보였다. 일단 스카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갤럭시 노트를 받았다. 전원을 켜자 무선통신 안테나가 떴다. 통신을 연결하겠느냐는 알림 메시지가 나왔다. Yes(예스)를 콕 찍어 눌렀다. 스카이가 두 사람을 올려다보는 동영상이 나왔다. 맹자는 제법인데 싶었다. 저장된 동영상을 찾아서 버튼을 눌렀다. 내려 받기가 끝나자 동영상이 나왔다.
“낄낄, 정말 떠돌이 강아지들이 오줌 쌌어.”
맹자는 동영상을 보면서 웃어 제쳤다.
“애들 시추 강아지잖아.”
“오빠는 강아지 이름도 알아?”
“전에 집에서 시추 강아지를 키웠잖아. 너는 너무 어려서 아마 기억도 안 날 걸.”
맹자의 눈동자에 잠시 슬픈 빛이 어렸다 사라졌다.
“이렇게 더러운 강아지들을 키웠단 말이야. 언제?”
순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며칠 안 씻으면 애들하고 똑같아.”
맹자는 장난치듯 순자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 놓았다.
“오빠, 그만해!”
순자가 짜증을 내자 스카이도 덩달아서 멍멍 짖었다. 맹자는 책상 서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사진날짜가 3년 전이었다. 강변 모래톱에서 맹자가 시추 강아지를 껴안고 있었다. 순자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얘는 어딨어?”
순자는 사진 속의 시추 강아지가 궁금했다.
“더 묻지마. 많은 걸 알면 다쳐.”
 맹자는 큰 비밀이라도 있는 듯 입을 다물었다. 스카이를 보며 씩, 입술 끝을 추어올렸다.
 “이 녀석, 꽤 쓸 만하네. 나도 한 번 훈련 시켜 볼까? 오늘은 이 오빠가 좀 가지고 놀아야겠다.”
 순자가 두 손을 저으며 안 된다고 하자, 맹자는 더는 방해하지 말라며 순자를 방 밖으로 내몰았다.
 맹자는 책상 위에 놓인 프린트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인터넷에서 찾아 복사한 아웃사이더의 ‘주인공’ 노래 가사다. 그 옆에다 깨알 같은 낙서를 해 놓았다. 호동이 녀석하고 랩 배틀할 때 써먹기 위해 가사를 나름대로 고쳤다.
 “스카이, 너 이런 빠른 노래도 외울 수 있어?”
 맹자는 스카이에게 혀를 날름 내밀며 랩을 부르기 시작했다. 개다리춤도 곁들여서 말이다.
♬ 욕만 잘하면 랩이냐 NO / 잘난 체만 하면 다냐 NO / 너는 빵빵한 용돈과 비싼 학용품 / 비싼 게임기로 친구들을 꾀지만 / 정작 친구들이 없을 때는 뒷담이나 까잖아. / 난 당당하게 말해 / 뒷담 까고 하지는 않아 / 내 목소리는 친구들을 무시하는 네 귀를 뚫어 (중략)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내 혀는 / 욕쟁이 랩 따위는 이겨 // 비싼 물건으로 친구들을 꾀지는 않아 / 네가 바보라고 손가락질하고 / 욕하는 친구, 난 그들의 친구야. ♬
  스카이는 맹자가 랩을 부르자 귀를 쫑긋 세웠다. 따라서 다리를 움직였다. 나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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