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양양/ 잘 난체 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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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 잘 난체 하기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5.0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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意 뜻 의 氣 기운 기 揚 날릴 양 揚 날릴 양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2

 

초등학교 4학년 때, 학부형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래를 깔아주는 일을 하시고 교실에 들어와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하셨다. 아버지가 들어오신 것이 보였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어떤 낱말의 뜻을 물었다. 몇이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지적해주어 일어나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연거푸 두 개를 더 물어와 또 다시 잘 답변하였다. 선생님이 박수를 치면서 나를 칭찬하셨다. 그때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 어개를 으쓱 올리고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만면에 기뻐하는 모습이셨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우쭐거리며 뽐내던 내 모습이 부끄럽긴 하지만, 나는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고 즐거워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이 성어는《사기》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온다. 의기가 드날리다. 뜻한 바를 이루어 만족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 모양을 말한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안자(晏子)가 재상이었을 때 하루는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내다보니 그의 남편이 재상의 마부로서 커다란 일산을 받쳐 들고 네 마리의 말에 채찍을 가하며 의기양양하게 흐뭇한 모습이었다. 얼마 뒤에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 그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남편인 마부가 사연을 물으니 아내가 대답하였다.
“안자는 그 키가 6척도 안 되건만 그의 몸은 제나라 재상으로 제후 사이에도 이름이 높소이다. 그렇지만 아까 그가 외출하는 모습을 내가 보니 매우 침착하고 모든 사람에게 겸손합디다. 그런데 당신은 키가 8척이나 되면서 남의 마부가 되었고, 거기에다 만족스런 모습입디다(意氣揚揚, 甚自得也). 제가 당신 곁을 떠나고 싶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마부는 자신을 억제하며 겸손한 사람이 되었다. 안자가 이상하게 여겨 물으니 마부가 사실대로 말했다. 안자는 느낀 바 있어 그를 천거하였는데, 그는 대부(大夫)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마부가 아내의 말을 듣고 태도를 바꿔 겸손한 사람이 되었고 안자의 천거로 대부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통해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으스대는 모습을 의기양양이라는 성어를 써 비유하였다. 또 하찮은 지위를 믿고 잘난 체하는 마부의 태도와 그러한 기량이 작은 사람을 가리켜 ‘안자지어(晏子之御)라 하였다.
30대 초반, 경우가 다소 다르지만 내 주위에 안자의 마부와 비슷한 사람이 둘 있었다. 사람들이 안하무인(眼下無人)한 그들의 태도에 기분 나빠하면서도 대놓고 말을 하지는 못하였다. 잘못 말했다가 반감을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궁리 끝에 그들의 부인에게 ‘의기양양과 안자지어의 고사’를 써 익명으로 등기편지를 보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2주가 지난 후, B에게서 좀 달라진 게 보였다. 나중에도 이런 모습이 지속되었다. 훗날 그는 국장까지 지냈다. 9급 지방공무원으로 시작한 그로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셈이다. 그러나 법조계 쪽 일을 하던 L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어떤 놈이 투서로 나를 모함하였다.’ 하며 익명을 찾겠다고 야단이었다. 바뀐 게 없었다. 그를 데리고 있던 윗선도 그의 뒷모습을 알고 내쳤다. 사무관으로 시작한 그는 서기관까지는 되었으나 불명예스럽게 퇴직되었고, 무슨 브로커 같은 일을 하다 언론에 불미스러운 사람으로 나오기도 하였다. L의 태도를 바꾸지 못했지만 B를 건졌으니 나의 실험은 반타작을 거둔 셈이 되었다. 
우리 주위에 특히 정치권에 능력이 안 되는데 배경이 좋아 알량한 권력을 쥐고 완장을 차면,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티를 내며 거들먹거리고 우쭐대는 안자지어 같은 모습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뭇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더 나아가 이들의 부정당한 ‘갑질’로 인해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있다. 또 그를 챙겨준 그 윗사람을 욕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윗사람도 사람을 가려 써야 할뿐만 아니라 뒷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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