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6)/ “시추 강아지들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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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6)/ “시추 강아지들이 불쌍해”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5.1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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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6화

밤하늘에는 갸우뚱한 반달이 떠 있었다. 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밤공기를 들썩이며 출렁이더니 이내 동네 구석구석에 흘러들었다. 그러자 조용히 잠자던 동네 개들도 그 소리에 깨어났는지 여기저기서 들쑥날쑥 짖어댔다. 나중에는 박자까지 맞추었다. 먼 곳에서 개소리가 들리면 동네 개들이 합창하며 따라 짖었다. 동네가 별안간 개소리로 들썩들썩했다.
절전모드로 잠들어 있던 스카이의 눈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창가로 다가가더니 소리 나는 방향을 향해 짖었다. 맹자는 스카이가 짖어대는 바람에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2층 베란다로 나가서 어디서 들리는 소린지 살폈다.
아래층 베란다 창문이 열렸다. 엄마가 밖으로 나와 한소리 했다.
“아닌 밤중에 웬 개소리야!”
짜증이 섞인 엄마의 목소리가 개 짖는 소리에 맞불을 놓듯 밤하늘에 퍼져 나갔다.
맹자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엄마, 저쪽 재활용센터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맹자가 건너편을 가리켰다. 재활용센터는 웰빙 체육공원을 지나서 아랫동네로 내려가는 2차선 도로에 접해 있었다.
“오늘 떠돌이 개들이 돌아다닌다 했더니……. 이참에 동네 개들도 대놓고 합창이야. 어디 시끄러워서 살겠어!”
스카이도 2층 베란다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멍멍 짖었다.
엄마는 스카이를 한 번 올려다보더니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지었다.
“너도 강아지냐. 조용히 못 해!”
맹자는 재빨리 스카이를 발로 밀어서 뒤로 빼냈다. 엄마는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간다. 스카이에게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몰랐다.

개 짖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날 오후가 되자 강 여사는 행동에 나섰다. 순자를 데리고 옆집 호동이 엄마를 찾아갔다. 쇠창살 담을 지나 뾰쪽한 철창이 아치형으로 솟아있는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동네에서 이 집만 나무 울타리가 아닌 쇠창살 울타리를 했다. 대문 앞에 조그마한 글씨로 ‘개조심’ 팻말이 붙어 있다. 마당에는 순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덩치 큰 달마티안, 슈퍼번개가 있다. 개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낯선 사람이 오지 않나, 망을 봤다. 다행히 순자가 옆집에 사는 걸 아는지 짖지는 않았다.
대문이 열리자, 순자가 주춤주춤 했다. 아니 후들후들 떨었다. 호동이 엄마가 대문 밖으로 나왔다.
“어제 개 짖는 소리 들으셨죠?”
강 여사는 곧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슈퍼번개도 어찌나 같이 짖어대든지 잠을 못 잤어요.”
호동이 엄마도 팔짱을 끼고 잔뜩 찌푸린 얼굴을 했다.
강 여사는 어제 웰빙 체육공원에서 떠돌이 개를 만난 이야기를 했다. 순자도 하마터면 물릴 뻔했다며 붕대 감은 순자의 손을 보여주었다.
“고급스럽고 깨끗한 동네에 개들도 멋있고 예쁜 개들만 있어야죠. 아무렴.”
호동이 엄마는 맞장구를 쳤다.
두 엄마는 이러쿵저러쿵하며 입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결론은 덩치 큰 달마티안 슈퍼번개를 데리고 가서 떠돌이 개를 쫓아버리자는 거였다. 더 끔찍한 끝내기는 만약, 슈퍼번개가 떠돌이 개들을 물어 죽여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순자는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빅뉴스라며 두 엄마가 한 이야기를 고자질했다.
“오줌 싼 개들을 혼내주니까 좋잖아.”
맹자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시추 강아지들이 불쌍해. 슈퍼번개가 물면 어떻게 해. 덩치 큰 애가 작은 애를 괴롭히면 안 되잖아. 유치원에도 그런 애들 있단 말이야.”
순자는 맹자 보라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 맹자는 어쭈 요것 봐라, 싶었다.
“너 꽈배기 먹었냐? 어째 말을 조금 꼬아서 한다. 내가 널 괴롭힌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틀린 말 아니잖아.”
순자는 흥, 하고는 맹자의 눈총을 피하며 자기 방으로 꽁무니를 뺐다.
어제 스카이를 뺐었다고 삐쳤나 싶었다. 맹자는 쫓아가서 꿀밤 주는 것도 별 흥미가 없었다. 그냥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시추 강아지들이 마음에 걸렸다. 처음 키웠던 개가 시추 강아지였는데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가방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호동이 녀석이다. 받을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일단 “콜!”-Call, 받겠어- 했다. 음성을 자동으로 알아듣고 영상이 떴다. 호동이가 달마티안 슈퍼번개를 껴안고 놀리듯이 전화질을 해댔다.
“맹자, 슈퍼번개 산책시키자. 오늘도 자전거 달리기 시합 어때? 어제 영어 학원 앞 분식집 꽈배기 도넛이 또 먹고 싶다.”
호동이가 혀를 쭉 빼서 내밀고 메롱, 하면서 장난을 걸어왔다.
<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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