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재인 정부에 거는 ‘농업 적폐 청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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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재인 정부에 거는 ‘농업 적폐 청산’ 기대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7.05.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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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 두지마을 이장

문재인 정부가 문을 열었다.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넘겨받은 정권이 아니다 보니 인수위 활동과 정부 개각 구상도 없이, 대통령 취임 후 하루하루가 분주하고 국정공백을 메우느라 촌각을 다투는 모양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박근혜 정부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려면 새로운 정부나 국민 모두 공력을 소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새 정부의 등장은 국민의 에너지가 한 데 모아진 촛불항쟁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따라 헌법적 권한을 일임 받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이 추위 속에서 석 달 가까이 생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러기에 국민들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바는 여느 정권 초기보다 클 수밖에 없다. 다시는 민의와 맞서며 국정 파탄을 가져 오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보다 정책 전환이 시급한 곳은 농업이다.
먼저 공약에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농정방향을 살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건 공익형 농업직불제 시행이다. 소득보전 형태에서 벗어나 다원적,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애초 직불제도의 취지를 강조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 하겠다. 직불제 축소를 추진하던 박근혜 정부와의 정책적 결별이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도에 반영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또한 쌀 목표가격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인상하겠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GMO(유전자변형) 표시제를 강화하고, 초중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와 복지시설, 군대 등 공공기관에 공공급식을 확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국민건강 뿐 아니라 우리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친환경농업의 발전 그리고 농가소득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여성농민 권익 향상, 대북 쌀 지원도 기대 할 부분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농민들이 쌀값폭락의 원인으로 주목했던 밥쌀용 수입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개방농정이라는 농업계 적폐1호는 아직껏 적폐청산 대상목록에도 오르지 않은 셈이다.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쌀생산조정제’의 내용도 세부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전임 정부처럼 논을 놀리거나 농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건지 농민으로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게 몇 가지 주문하고 싶다.
첫째는, 당장 쌀값 안정을 위해 시급히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전국의 농협과 민간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미를 시장에서 격리하기 위해 해외원조를 확대하고, 북에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또한 쌀 관세화 조치 이후 수입해야 할 의무도 없는 밥쌀용 쌀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쌀생산조정제도 세부적으로 꼼꼼히 따져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다듬어야 한다.
둘째는, 농민의 소득보장과 지속적 영농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직불제로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를 소득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무성하게 논의되고 있는 ‘농가기본소득’이나 ‘농가수당’도 정책입안이 가능하리라 본다. 또한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격보장제’를 국가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개방농정에 따른 경쟁력 강화라는 신화를 폐기하고 새로운 농업철학을 기초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의 한국 농정은 농업의 국가주도 포기, 농가의 개별화를 통한 경쟁과 도태, 선택과 집중에 따른 작부 형태, 경쟁력 있는 농가를 선택하고 집중 지원하는 정책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농정은 적폐 그 자체이므로 이를 전면 재검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곧 추진할 헌법 개정 논의 때, 경자유전의 원칙을 존치하고, 농업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지원 의무 그리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반드시 반영해 농업의 가치를 헌법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현재 한국의 농업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농업의 가치를 홀대하고 시장만능에 기대는 농림부, 농진청, 농협중앙회 등 고위직 관리들의 물갈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개각에 오를 농림부장관의 면모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농업적폐 청산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겠다.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참 논에 모를 내는 농민들의 손길이 가벼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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