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39)/ 사물압존법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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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39)/ 사물압존법은 이제 그만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7.06.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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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공적 관계에서 압존법 적용 ‘예외’

“김 대리, 이과장 어디 갔나?” 
“이 과장님은 출장중 이십니다.”
“이 과장은 자네한테나 상사이지 부장인 나한테는 아니라네.”
부장님 앞에서 자신의 또 다른 상사인 과장님을 높였다가 더 높은 상사로부터 졸지에 언어예절도 모른다고 핀잔을 들은 김대리.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로 잠자는 시간을 빼면 가족보다 직장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인데 사소한 예의 문제로 서로 불필요한 갈등까지 떠안고 싶은 직장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김 대리는 과연 핀잔을 들었어야만 했을까? 결과적으로 핀잔을 들을 사람은 도리어 부장인 듯하다.
우리말의 높임법에 ‘압존법’이라는 것이 있다. 윗사람에게 말할 때 그 사람보다 낮은 윗사람은 존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어법은 주로 가족이나 사제 간처럼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적용된다. 직장 같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압존법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말에서는 부장님 앞이라고 해서 과장님을 존대하지 않는 것은 어색하다고 느끼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부장님이나 사장님처럼 과장님의 상급자는 물론이고, 회사 외부 사람 앞에서도 자신보다 상급자인 과장님에 대해서는 높여 말하는 게 원칙이다. 쉽게 말해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윗사람이면 모두 높여 말하는 것이 예의에 맞는다는 뜻이다.
한걸음 더 들어가서 갈수록 더 유행한다는 ‘사물압존법’은 거북스럽다 못해 화까지 치밀게 한다. “손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고객님의 소유차량이 그랜저 맞으십니까?” 따지고 들면 커피와 자동차가 다시 말해 물건이 보다 위에 있는 꼴이니 말이다. 그 취지를 이해하지만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났다.
사실상 오늘날에는 가정에서도 압존법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할머니, 엄마가 이거 갖다드리라고 하셨어요.” 이 예문처럼 조부모 앞에서도 부모를 높여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일반적이다. 표준 언어예절에서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 가정에서의 압존법도 엄격히 지킬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편 부모를 가족 외의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낮춰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것은 우리 전통 언어예절에 어긋난다. 따라서 선생님께 부모에 대해 말할 때에는 ‘저희 어머니(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처럼 높임 표현을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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