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지세/ 중도에 그만 둘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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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지세/ 중도에 그만 둘 수 없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6.0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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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탈 기 騎 범 호 虎 갈 지 之 형세 세 勢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4

사드(THAAD)로 인해 1992년 수교이후 그간 순조로웠던 한·중관계가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기정사실화되었고 그래서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애초에 이 일은 응당 극비로 다뤄 전격적으로 단시간 내에 진행했어야 했다. 할지말지 우물쭈물하다가 언론에 노출되었고 해당 배치 지역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일부 정치권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는 등 일파만파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처음에는 관망을 해오던 중국이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서며 여러 가지 위협을 하였다. 급기야 문화교류의 축소와 중단, 롯데 등 한국제품 불매 등에 이어 엊그제는 전격적으로 중국 관광객의 방한을 막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많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앞으로 어찌될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 위협을 지속하는 한, 한ㆍ미는 분명 사드 배치를 서둘러 완성할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사드를 반대하여 왔고 지속적으로 단계적으로 보복위협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그간의 반대 기조를 바꾸지 않고 더 광범위한 보복에 나설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양측은 그간 주장하고 실행에 나선 일을 중도에 도저히 그만 둘 수없는 부정적 의미의 ‘기호지세의 형세’로 치닫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막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는지 자못 궁금하고 궁금하다. 원만한 결과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이 성어는 맨 처음 《사기》의 노자ㆍ한비열전(老子ㆍ韓非列傳) 한비자가 유세의 어려움을 토로한 세난(說難)편에 나온다.
‘유세(遊說)하는 자가 군주에 대하여 도저히 손을 미치지 못할 일을 강요하거나 기호(騎虎)의 세(勢)로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을 막으려 해도 그 생명은 위험하다.’
이 성어는 《수서(隋書)》 독고황후전(獨孤皇后傳)에 다시 등장한다.
남북조(420-581)시대 말, 북조 최후의 왕조인 북주(北周)의 선제(宣帝)가 죽으니 당시 외척으로서 막강한 권세를 주고 있던 재상 양견(楊堅)이 즉시 입궐하여 국사를 총괄했다. 한족(漢族)출신인 그는 일찍이 선비족(鮮卑族)에게 빼앗긴 이 북조 땅에 한족의 천하를 세우겠다는 큰 뜻을 품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었다. 양견이 내심 궁중에서 모반을 꾀하고 있을 때 그의 뜻을 알고 있는 독고부인이 몰래 사람을 시켜 편지를 보냈다.
“맹수를 타고 달리는 기세이므로 도중에 내릴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도중에서 내리면 잡혀 먹히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맹수와 함께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부디 목적을 달성하옵소서.”
이에 용기를 얻은 양견은 선제의 뒤를 이어 즉위한 나이 어린 정제(靜帝)를 폐하고 스스로 제위에 올라 문제(文帝)라 일컫고 국호를 수(隋)라 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589년, 문제는 남조(南朝) 최후의 왕조인 진(陳)나라마저 멸하고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였다.
이 성어는 당초 《사기》에서는 매우 빠르고 용맹스럽게 돌진하는 힘을 의미했으나 훗날 《수서》에 다시 등장하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에 더하여 만약에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내리면 바로 호랑이에게 잡혀 죽기 때문에 도중에서 내릴 수 없다는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훗날 사람들은 맹수를 호랑이로 바꿔 쓰면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시작한 다음에 중도에서 그만두거나 없던 것으로 물릴 수 없는 상태와 형세를 비유하는 말로 썼다.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다. 흔히 말하는 ‘벌인 춤’, ‘내친걸음’으로 한번 시작한 일이니 중도에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잘해 보라는 격려의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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