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하면 부드럽다 ‘순창발효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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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하면 부드럽다 ‘순창발효가비’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6.0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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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 부드러운 맛 … 혀끝에 남는 여운은 적어

커피가 변하고 있다. 국민음료가 된 커피는 시장이 포화상태여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맛과 기능성을 살리는 커피 연구가 요즘 군에서 진행되고 있다. ‘발효의 고장’답게 커피 생두를 발효시키는 것인데 실적이 꽤 괜찮다. 그래서 커피 없이는 못 사는 기자가 그 맛을 평가해보기로 했다. 커피전문가가 아닌 커피애호가가 마셔본 발효커피,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은 좋았지만 혀 끝에 남는 여운은 적었다. 순한 발효 드립커피 ‘순창발효가비’를 소개한다. 

 

▲생두를 발효시킨 뒤 로스팅한 순창발효가비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특징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색있어야 커피애호가 만족 … 기능성 검증은 아직
생두 결점 극복할 발효의 힘 … 생산원가 절감 숙제

요즘 군에서는 맛과 건강을 위해 발효를 접목한 커피를 연구하고 있다.
발효미생물진흥원이 몇 달 전 생두에 고초균과 유산균을 입혀 발효시켜 만든 커피 ‘순창발효가비’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괜찮아 보인다.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발효식품매장 리던에서 ‘순창발효가비’는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효미생물진흥원은 발효커피를 출시하기 전 꽤 많은 실험과 회의를 거쳤다. 사람별로 다른 입맛을 충족하기 위해 어떤 맛을 낼 것인지 고심하다, 일단 사람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구수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기로 했다. 원두는 균형감 있는 콜롬비아와 브라질 커피를 40%씩 섞고 비교적 쓴맛이 강한 케냐와 코스타리카 품종을 10%씩 더했다. 현재는 아메리카노용으로만 만들고 있고 진한 맛을 내는 에스프레소용 원두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기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순창발효가비’ 원두와 드립 커피백을 구입해 주변 사람들에게 마시게 한 후 품평을 들었다. 커피는 드립과 아메리카노, 더치 등 몇 가지 방법으로 만들었다. 판매하는 원두의 가격은 한 봉지(500g)에 2만5000원인데 일반인이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크기이고 가격도 낮출 필요가 있다. 발효미생물진흥원 관계자는 “일반인이 사기에는 100~200g 짜리가 적당하다. 지금은 커피를 다른 지역에서 볶아오는데 군내에 생산시설을 둬야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그래야 카페에 공급하기도 원활하다”고 말했다.
발효커피는 드립에서부터 일반커피와 다른 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내린 뒤 여과지를 보면 커피 색깔이 진하게 배어있다. 발효커피는 색이 매우 연했다. 루왁(커피체리를 먹은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골라낸 생두로 만드는 커피)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었다. 이는 발효과정에서 색 성분이 중화됐거나 알갱이에 완전히 스며들은 것으로 이해됐다. 또한 생두를 볶았을 때 껍질이 날리는 현상도 매우 적었다.
드립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품평은 농도에 상관없이 “구수하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맛이 괜찮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특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아무개 씨는 “구수한 맛이 어르신들한테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구수함 외에 다른 특징이 부족해 마시고 입에 뭔가 남는 향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느낀 점도 같았다. 차갑게 내려마셨을 때는 산미가 돌았는데 얼음에 녹다보면 어느새 구수함이 느껴졌다. 더치커피를 숙성시킨 뒤 마셨을 때는 구수함과는 다른 풍미가 살아나 여러 사람들의 입을 놀라게 했다.
발효된 생두를 섞지 않고 취향에 따라 볶은 뒤 커피를 만들어봤다. 그런데도 부드러운 느낌은 한결같다. 커피애호가인 이아무개 씨는 “커피 맛이 괜찮다. 어떤 원두를 썼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평가가 낮은 생두를 써도 발효를 거치면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응용하자면 이미 맛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원두는 발효를 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 하지만 저평가 받는 생두의 품질을 끌어올릴 수단으로 발효는 매력이 있다. 잔 맛이 많거나 균형감이 너무 떨어져 외면 받고 가격도 싼 생두에게 발효는 품질을 올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군에서는 발효커피의 기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아직은 검증된 자료가 적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발효미생물진흥원 관계자는 “카페인 감소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효과가 미약하다. 더 연구해서 원하는 만큼의 기술과 정보가 쌓이면 발표하겠다. 발효커피는 음료의 개념이지만 건강까지 생각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드럽고 구수한 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 ‘순창발효가비’는 매력적인 커피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할 수 있으려면 보다 많은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고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커피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달 여 기간 즐긴 발효커피의 끝은 선물이었다. 원두를 조금 강하게 볶은 뒤 더치커피를 만들었다. 숙성이 되지 않았는데도 맛이 부드러웠고 호평을 받았다. 발효의 힘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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