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8)/ 짙은 푸른색 ‘재활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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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8)/ 짙은 푸른색 ‘재활용센터’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6.08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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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8화

해가 서산마루에 턱걸이했다. 맹자의 눈앞에 짙은 푸른색 옷을 입고,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재활용센터가 버티고 섰다. 그 위로 하늘이 붉은빛을 머금어갔다. 맹자는 창고 근처에 자전거를 세웠다. 창고 안을 들여다봤지만, 길쭉한 건물이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입구에서부터 중고 냉장고와 가전제품, 가구들이 꽉 채워져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 여기 강아지 두 마리 못 봤어요?”
맹자는 앞뒤 설명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물었다.
“여긴 따로 키우는 강아지는 없는데…….”
일자로 코 밑 수염을 가지런히 손질한 아저씨는 입술을 살짝 치켜들었다.
“안에 들어가서 찾아볼 수 있어요?”
“재활용하는 개는 여기 없어. 딴 데 가서 놀아. 성가시게 굴지 말고.”
아저씨는 두 손으로 맹자와 순자를 밀쳤다. 재활용품 살 일 있으면 엄마, 아빠와 함께 오라며 쫓아냈다.
맹자는 일단 창고를 돌아 뒤편으로 갔다. 창고 뒤편은 철사 망으로 만든 낮은 울타리가 넓은 공터를 빙 둘러쳐져 있었다. 공터에는 중고 물건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맹자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물러나서 작전을 생각했다. 가방에서 갤럭시 노트를 꺼냈다.
“스카이를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자. 가까운 거리는 통신할 수 있으니까 스카이가 강아지를 발견하면 우리도 볼 수 있을 거야.”
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맹자는 창고 입구에서 좀 떨어진 나무 뒤편에 자전거를 숨겼다. 작업하는 아저씨 몰래 스카이를 창고 안으로 들여보냈다.
스카이는 재활용품 사이사이로 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중고 옷장부터 전기난로, 대형 PDP TV, 컴퓨터 모니터, 가정용 냉장고 - 분식집, 자장면집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다 - 책상, 의자들을 갤럭시 노트 화면에 비췄다. 잘 쓰다가 첨단 디지털 신제품에 밀려 쓸모없이 버려진 한마디로 중고품들이다. 맹자는 떠돌이 개들이 살 집은 제대로 골랐다 싶었다. 제애들도 버려졌으니 딱 이 물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스카이는 미로와 같은 통로를 구석구석 다니며 시추 강아지들을 찾았다. 맹자는 갤럭시 노트를 보면서 방향키로 스카이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그때 고급 에쿠스 승용차 한 대가 재활용센터 입구에 멈추어 섰다. 맹자와 순자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지켜봤다. 차에서 먼저 내린 것은 달마티안 슈퍼번개였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호동이 엄마와 호동이. 그리고 엄마까지. 호동이는 슈퍼번개 목줄을 잡고 주위를 둘러봤다. 호동이 엄마는 주변이 어두컴컴한데도 검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엄마는 나들이옷을 입었다. 꼭 산책 나온 모양새였다. 재활용센터 아저씨가 허둥지둥 마중을 나왔다.
“낮에 전화를 드렸죠. 떠돌이 개들을 잡아야 한다고. 일 마치는 시간쯤 오면 괜찮다고 해서 왔어요.”
호동이 엄마는 콧대를 세우고 도도하게 말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희 먹고사는 게 다 사모님들 덕택인데……. 버리실 물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즉각 달려가겠습니다.”
아저씨가 굽실거렸다.
맹자는 숨어서 지켜보다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에 자기들을 대할 때와는 180도 태도가 달랐다. 전에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며 호동이 엄마는 집에 있는 꽤 값나가는 가구들과 가전제품들을 몽땅 재활용센터에 넘겼다. 그리고 신형 4D 대형 스마트TV와 소파로 거실을 안방극장처럼 꾸몄다. 덕분에 호동이 집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극장보다 더 실감 나게 구경했다. 소파가 덜컹거리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실 천장에도 달린 6.1 채널 스피커 음향은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엄마는 재활용센터 짐차에 실려 가는 호동이네 물건들을 보며 ‘저 아까운 물건들…….’ 하면서 혀를 찾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엄마는 호동이 엄마와 다른 점이 많았다. 적어도 엄마는 막가파식 낭비벽은 없었다. 단지 엄마 자신을 꾸미는데 관심이 많을 뿐이었다.
엄마는 여기 재활용센터가 아랫동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윗동네는 부자들이 많아서 신상품이 나오면 쓰던 물건도 그냥 버리고, 옆집에서 누가 더 좋은 제품을 샀다고 하면 샘이 나서라도 물건을 바꾼다는 것이다. 새것 같은 중고품이 재활용센터에 넘치다 보니 아랫동네 엄마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했다.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뭐, 하는 엄마의 아리송한 말에 맹자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두 엄마는 얼굴 맞대고 있을 때는 온갖 수다를 떤다. 그래도 돌아서면 돈 자랑 하나, 꾸며봤자 아줌마가 아가씨 되겠어, 하며 뒷담화 까는 사이인데, 오늘은 어떻게 짝짜꿍이 잘 맞았는지 나들이 나온 것처럼 꾸미고서는 떠돌이 개를 잡으러 왔다.
“우리 슈퍼번개가 냄새 맡는 데는 도가 텄잖아요. 더럽고 냄새나는 떠돌이 개들은 금방 찾아낼 거에요.”
호동이 엄마가 깔깔거리며 자랑하듯이 말했다.
“맞아요. 정말 알아주는 개코죠.”
강 여사는 옆에서 깔깔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349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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