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움직임 표현 ‘쫓다’
추상적 심리적 이동이나 지향 표현 ‘좇다’
고양이는 쥐를 ‘쫓는’ 것이 맞을까? ‘좇는’ 것이 맞을까? 정답은 ‘좇는’이 아니라 ‘쫓는’이 맞다.
그렇다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윤만 쫓는/좇는 기업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에서 ‘이윤만 쫓는 기업의 행태’가 맞을까? ‘이윤만 좇는 기업의 행태’가 맞을까? 처음과 반대로 이 예문에서는 ‘쫓는’이 아니라 ‘좇는’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많은 사람이 ‘좇다’와 ‘쫓다’의 쓰임새를 헷갈려 한다. 두 단어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정력 좇다 건강 쫓아버리죠’ 즉 목표나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거나 남의 뜻을 따를 땐 ‘좇다’를, 발을 옮겨 이동하거나 급히 따라갈 때는 ‘쫓다’를 쓰면 된다. ‘쫓다’는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해서 뒤를 따라 급히 가다’라는 의미이고, ‘좇다’는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다’라는 의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쫓다’는 ‘있는 자리에서 떠나도록 몰다’ 또는 ‘급한 걸음으로 뒤를 따르다’의 의미를 가진다. “새를 쫓다, 파리를 쫓다”나 “도둑을 쫓다, 뺑소니 차량을 쫓았다” 등으로 자주 쓴다.
참고로 졸음이나 잡념 따위를 물리칠 때 “잠을 쫓거나 허황된 생각을 쫓다”로도 쓴다. ‘좇다’는 ‘남의 뒤를 따르거나, 자취를 따라가다’라는 의미로 “형을 좇아 구경을 갔다”나 ‘남의 말이나 뜻, 대세를 따르다’의 뜻으로 “부모님의 의견을, 대세를 좇다”처럼 쓴다.
끝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국립국어원의 풀이에 따라 구분하면, 주로 물리적인 이동이나 구체적인 움직임을 표현할 때는 ‘쫓다’,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이동이나 지향을 표현할 때는 ‘좇다’를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눈여겨보거나 눈길을 보내다’라는 뜻으로 ‘좇다’를 쓸 수 있다. 가령 “그녀의 시선은 멀어져 가는 그의 자동차 꽁무니를 좇고 있었다”는 ‘이동’ 은 있지만 직접 발걸음을 떼서 옮기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므로 ‘좇다’를 쓰지만, “서로 쫓고 쫓기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처럼 물리적으로 이동이 있을 경우엔 ‘쫓다’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