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서(8)/ 패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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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서(8)/ 패티 김
  • 선산곡
  • 승인 2017.06.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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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패티 김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 오로지는 아니지만 주로 불렀다는 말이 옳다. 누구나 좋아하는 가수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면서 나는 일찌감치 주변에 밀려오는 가요들을 정리해버렸다.
군 시절에 서툰 기타를 배웠을 때 가요 선호도 또한 거기서 끝났다. 그래서 80년대 이후부터의 가요 흐름을 파악할 줄 모른다. 인터넷에서 누군가 뽑아놓은 가요 명반 100선에 내가 아는 노래는 딱 세 곡 뿐이었다. 물론 명반에 수록된 대표곡에 한해서였지만.
모두가 열광했는데 나만 외톨이가 된 셈이었다. 음악을 제법 좋아한다는 내가 그렇게 무신경했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답이 나왔다. 내겐 오로지 패티 김뿐이었다는 점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는 많아도 좋아하는 가수는 딱 하나 뿐이라는 편협이었다.
공개방송 때 박자가 틀린 가수를 본 적이 있다. 오래 전 흑백텔레비전 시절이었지만 그 가수를 지금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가수라고 해서 모두 다 가창력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다. 부드러운 노래랍시고 입으로만 깔짝거리는 가수들도 많다. 열창도 아니면서 박자까지 틀리다니. 그래서 기본이 안 되는 가수는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가수지만 그 격(格)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의 대표곡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의 최신판을 들으면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있다. 그런데 그 흔적이 뜻밖에 좋기도 했다. 그가 만년에 부른 노래들 모두 음색이나 창법이 데뷔시절과는 분명히 다르다. 예전보다 못하다는 말이 아니다. 세월 따라 흘러온 대로 완숙해진 편안함이 이젠 좋을 뿐이다.
그가 얼마 전 은퇴를 선언했다. 그 말이 나는 왜 고마웠을까. 흔히들 무대에서 쓰러질 때까지 활동하겠다는 연예인들이 많이 있지만 패티 김, 그가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당했던 그의 매너가 무대 위에서 흐트러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예술에 미련을 둔 천착이 악착이 된다면 오히려 옛날의 영광이 무색해진다. 그래서 당당할 때 떠난 패티 김 그에게 박수를!
모 TV방송국 가요프로그램에 옛날의 가수들을 다시 볼 수 있다. 전성기를 떠난 가수들이 완만한 음색이지만 그 파장이 가슴이 아릴 때도 있다. 그 파장이 왜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다. 노래는 세월 따라 흐르지만 그 시절만 사는 게 아니다. 패티 김은 가수로서 공식은퇴를 했지만 그의 노래는 우리 곁을 떠난 것이 아니다.
봄 꽃이 피면 ‘내 사랑아’를, 꽃이 지면 ‘4월이 가면’을 불렀다. 잎사귀가 흐드러질 때 ‘사랑은 영원히’를 불렀고, 비가 오면 ‘초우’를, 짙은 가을이면 ‘사랑이여 다시 한 번’을 불렀다. 음색조차 청음인 그의 노래들을 내가 계절마다 따라 부른 것은 작게나마 내 인생과 함께 걸어 온 노래라는 뜻이기도 하겠지. 지금도 그의 노래 가슴으로 한번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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