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9)/ 짙은 푸른색 ‘재활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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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9)/ 짙은 푸른색 ‘재활용센터’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6.2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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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9화

 

맹자와 순자는 두 엄마가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몰래 재활용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엄마한테 들키면 어떡해?”
순자는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맹자는 들은 척도 않고, 갤럭시 노트 화면만 뚫어지게 봤다.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입술을 다셨다.
스카이는 창고 뒤편까지 가서 두리번거렸다. 뒤편으로 출입문이 보였다. 스카이는 뒤편 구석진 곳에서 움푹 파진 땅굴을 찾아냈다. 강아지들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었다. 스카이가 땅굴 안으로 엉거주춤 파고들었다. 금방 두 시추 강아지와 엄마 시추와 맞닥뜨렸다. 보금자리에 난데없이 나타난 스카이 때문에 엄마 시추가 거칠게 짖어댔다.
“조용히 해!”
갤럭시 노트 화면을 보고 있던 맹자가 오히려 더 당황했다. 떠돌이 개들이 숨어 있는 장소가 알려지는 꼴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창고 뒤쪽 공터에서 슈퍼번개가 덩달아서 시끄럽게 짖었다. 창고 바깥쪽 벽을 긁어댔다.
“스카이 돌아와!”
맹자는 창고 뒤쪽에 와서 갤럭시 노트로 유턴 조작키를 눌렀다. 스카이가 뒤돌아서 땅굴을 빠져나왔다. 뒤이어 두 시추 강아지와 엄마 시추도 빠져나왔다. 슈퍼번개가 창고 바깥벽을 몇 번 꽝꽝 두들기더니 짖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니 짖는 소리가 창고를 한 바퀴 돌았다. 슈퍼번개가 재활용센터 입구로 뛰어들었다. 순자는 오빠 뒤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그런데 더 떨리는 일이 생겼다. 스카이가 시추 강아지들을 데리고 둘이 있는 곳으로 깡충깡충 뛰어왔다.
“이쪽으로 오지 마! 우리까지 물리면 어떻게 해.”
맹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순자의 손을 잡고 중고 물품들 사이로 도망쳐 몸을 숨겼다.
엄마 시추는 냉장고 위에 올라가 멍멍 짖어댔다. 슈퍼번개가 엄마 시추를 보더니 냉장고 밑으로 달려와 내려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쫓아 올라갈 듯이 짖어댔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냉장고 문을 마구 핥이면서 말이다. 엄마 시추는 건너편 냉장고로 껑충 뛰어서 건너갔다. 슈퍼번개도 건너편 냉장고 쪽으로 달려갔다. 즐비하게 늘어선 냉장고와 가구들 위를 껑충껑충 뛰면서 엄마 시추는 도망 다녔다. 슈퍼번개도 뒤질세라 추격전이 벌어졌다. 두 시추 강아지는 중고물품들이 비좁게 놓여 있는 미로를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쫓고 쫓기는 개들 사이에서 스카이는 방향을 잃어버렸는지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슈퍼번개는 스카이가 옆을 지나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긴 냄새도 나지 않는 로봇개에게 신경을 쓸 틈도 없겠지만…….
‘넌 거기 낄 자리가 아니야. 빨리 도망가!’
맹자는 소리 지를 수도 없고, 갤럭시 노트를 보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추격전 끝에 시추 강아지 한 마리가 구석에 몰렸다. 슈퍼번개가 으르렁거리며 시추 강아지를 물려고 다가섰다. 시추 강아지는 코너에 몰리자 몸을 웅크리며 깽깽거렸다. 가까이에 있던 스카이가 그 장면을 보더니 눈에 불을 켜고, 덩치 큰 달마티안을 향해 멍멍 짖었다. 검은색으로 몸 색깔이 변했다. 슈퍼번개는 잠시 뒤편에 있는 스카이를 돌아봤다.
그때 엄마 시추가 냉장고에서 뛰어내려 달마티안을 덮쳤다. 슈퍼번개는 기습공격에 잠시 비틀거리다 몸을 후다닥 털며 엄마 시추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뒷발로 엄마 시추의 앞가슴을 차버렸다. 그 한방에 엄마 시추는 뒤로 나뒹굴면서 냉장고 벽에 부딪혔다. 시추 강아지는 그 사이에 그곳을 빠져나갔다. 엄마 시추는 금세 몸을 일으켜 으르렁거리며 맞섰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아무래도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달마티안이 엄마 시추에게 달려들었다. 서로 앞발을 들고 싸웠다. 엄마 시추는 힘에 부치는지 먼저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
맹자와 순자는 두 개가 싸우고 있는 사이에 창고 뒷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밖은 어둠이 깔려 껌껌했다. 둘은 안전모에 달린 헤드랜턴을 켰다. 두 줄기 빛이 곧바로 뻗어 나가 재활용 제품이 빽빽한 넓은 공터를 비췄다. 대형 냉장고와 컨테이너 박스, 앙상한 뼈대만 남은 가전제품들, 그 사이사이에 미로처럼 난 길을 둘은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 불빛만 도깨비불처럼 흔들리며 달렸다.
“오빠, 떠돌이 개들이 다 잡히겠어. 어떻게 해?”
“가만있어 봐.”
맹자는 먼저 대형냉장고 뒤에 몸을 숨기고 잠시 숨을 골랐다. 일단 스카이에게 돌아오라는 명령키를 눌렀다. 스카이가 신호를 받았는지 방향을 뒷문 쪽으로 잡아서 뛰기 시작했다. 시추 강아지들도 스카이를 보고는 따라서 뒷문을 빠져나왔다. 엄마 시추도 뒤따라 나왔다. 물론 슈퍼번개도 뒤질세라 빠른 발을 휘저으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또다시 창고 뒤편 공터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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