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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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들이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7.06.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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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성일 전) 순창군청 기획실장

같이 근무했다가 퇴직한 동료들과 부산으로 1박 2일 간의 나들이를 다녀왔다. 당초에는 내년에 외국 관광을 할 계획이었으나 사드로 인해 중국 관광객 수가 줄어 여행업계와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지역에서 타격을 입고 있다 해서 국내여행으로 앞당겨 하자고 뜻을 모아 부부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회원은 13명으로 1950년생(호랑이띠)부터 1955년생(양띠)까지 있어 모임 명칭을 호양회라 정했다. (호양 : 양보하고 돕고 살자는 뜻도 있음) 23명이 갔다.
공무원 생활을 할 때도 일 때문에 또는 견학을 위해 밖에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목적이 있으니 자유롭지 못했다. 또 다녀와서는 보고서도 써야 했다. 이번 나들이는 여유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은 현지에서 결정했다. 가는 곳만 부산으로 정하고 들릴 곳, 볼 것은 그때그때 회원들의 뜻을 물어 정하고 행동도 각자가 편하게 하였다.
승차감 좋은 리무진 버스(우등고속 같은)를 타고 다녔다. 크든 작든 조직은 리더의 역량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한성희 회장님의 긍정과 배려의 리더십은 나들이를 부드럽게 이끌면서 웃음 속에서 지내도록 했다. 윤영길 총무는 말보다는 몸이 앞서는 행동력을 보여줬다. 특히 여흥시간 때는 발군이었다. 넘치는 끼와 에너지는 일당백이었다! 차 속에서 먹었던 간식은 김관섭 형님이 맡았다. 꼼꼼하신 성품답게 잘 준비하셨다. 나들이 때 빠지지 않은 닭튀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음식은 술 마실 때만 먹으니 일부는 남는다. 이번은 달랐다. 깨끗한 기름에 튀겼는지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아주 맛있었다. 한 조각도 남지 않았다.
평소에는 거의 부처님 제자 수준으로 점잖은 김관섭 형님, 임낙용 형님, 강영일 회원의 자발적인 봉사와 여흥은 모두를 즐겁게 했다. 나도 그분들의 행동이 고마워 권하는 술을 사양치 못하고 조금씩이라도 다 받아 마셨다. 아침에 일어날 때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 오랜만의 느낌 이었다.
순창에서 출발하면서 차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봉하마을을 가보자 했다. 생가와 추모의 집 대통령 묘역을 둘러보았다. 부엉이 바위도 보았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세월과 함께 성장하다가 쇠퇴하는 것 자연의 질서이다. 그분은 쇠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죽음으로 완성하였다.
조락이 없는 삶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고 본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었겠는가 하는… 해탈 수준의 말씀도 남기면서! 묘역 옆에는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 였다는 송기인 신부님의 칼날처럼 단호한 필체가 판석에 새겨져 있었다. ‘대통령님의 평화가 이슬비처럼’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저녁은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부근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풍산면 출신 김종열 사장 집에서 곰장어를 먹었다.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드물게 먹었던 메뉴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하고 식감이 좋았다. 부산사람들은 회보다 이걸 더 먹는다고 한다. 김 사장님이 술과 음료수 회는 돈을 받지 않았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실감 난다. 고마웠다! 다음날은 자갈치 시장과 국제시장, 부산국제영화제 거리를 2시간 정도 둘러보았다. 한성희 회장님께서 부산특산품인 어묵을 한 보따리씩 사주셨다. 회장님의 노고를 생각하면 회원들이 사드려야 하는데… 큰 형님 다운 배려를 보여주셨다. 기꺼이 내조하시는 형수님께도 감사했다.
순창에 오면서 곡성군의 장미축제장을 들렸다. 40,000㎡(13,000여평)에 1004종의 장미 38,000여 본이 심어져 있다는 전국 제일의 장미 공원이란다. 10일 동안의 축제기간에 관광객이 27만여 명에 입장료 수입만 6억8천만원이 되었다 한다. 대단했다! 누가 장미공원을 착안했고 추진했는지?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은 부정적이었고 반대가 심했을 거다. 열정과 신념을 가진 누군가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을 거다. 일도 역사도 긍정의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 배움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푸념을 한다. 한국의 땅덩어리가 작다고, 전라북도의 도세가 약하다고, 순창군의 인구가 적다고, 한두 번이야 애교로 할 수 있고 들어줄 수 있지만 자주 하면 습관이 되고 초라해진다. 땅이 크고 인구가 많다고 경쟁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작은 게 불리하다면 출향인사 등 여럿이 힘을 모으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총론에는 강하지만 각론에는 약하다고 한다. 큰 틀을 만드는 총론은 정부의 역할이고 이를 실천하는 각론은 국민의 몫일 거다. 총론 못지않게 각론이 중요하다. 소총의 성능이 우수해도 쏘는 사람이 잘못 쏘면 작대기만 못한 무용지물 일 거다.
나라의 경제를 생각해서 외국으로 나갈 계획을 국내 나들이로 변경했고 출향인을 생각해서 부산 향우 집에서 저녁을 먹었고 고을의 경제를 위해 순창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작고 사소하지만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천사도 악마도 작고 사소함에 숨어있다고 한다. 작은 일이 결코 작지 않을 거다. 변화는 변방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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