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생암귀/ 의심의 끝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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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생암귀/ 의심의 끝은 어디에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7.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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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의 疑 마음 심 心 날 생 生 어두울 암 暗 귀신 귀 鬼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6

젊은 시절,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보면서 신부가 상당히 미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피로연 자리에서 친구들이 나에게 물었다.
“야! 너 신부가 예쁘다는 것을 우리한테 말 안했어?”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나도 첨 봤다.”
그 후에 동창부부모임이 있었지만 그는 늘 혼자 나왔다. 30여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부인이 나의 아내를 찾아 왔다. “이미 5학년 9반인데 남편은 지금도 나를 걱정한 것인지 의심한 것인지 하여튼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게 하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랍니다. 의사 말이 우울증이라는데 오래 못 살고 죽으려나 봐요.” 그 친구를 만나 ‘의심생암귀’의 예를 들며 부인과 같이 돌아다니며 여행도 다니라며 충고하였다. 여전히 건성으로 듣던 그가 한마디 했다. “너 언제부터 우리 마누라한테 관심이 있었냐?”
이 성어는 우선 《사기》 노자·한비자열전에 나온다. 송(宋)나라에 부자 한 사람이 있었다. 비가 내려서 토담이 무너졌을 때 그 아들이 말했다. “다시 고쳐 쌓지 않으면 머지않아 도둑이 들 것 같아요.” 이웃집 주인도 똑같은 말로 충고해 주었다. 밤이 되자 과연 도난을 당해 많은 재보를 잃었는데, 그 집에서는 그 아들을 참으로 현명하다고 칭찬하고 이웃집 주인에게는 의심을 품었다.
《열자(列子)》에 이런 예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 버렸다. 도둑맞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위 사람들 중 누군가가 훔쳐간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그중에 이웃집 아이가 수상했다, 걸음걸이며 안색과 말하는 모습에 영락없이 도끼를 훔쳐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며칠 후 산에서 그 도끼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를 봤는데 거동이 조금도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의 집 앞에 오동나무가 말라 죽어 가고 있었다. 이웃집 영감이 그 나무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말라죽어가는 오동나무는 상서롭지 못하다네.” 이 말을 들은 주인이 서둘러서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이를 본 그 영감이 다시 말했다. “그것을 그냥 버리느니 차라리 땔나무로 쓰는 게 좋겠군. 그걸 내게 주게나.” 이 말을 들은 오동나무 주인은 내심 영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를 잔뜩 내며 이렇게 말했다. “영감님, 땔감이 욕심나서 공연히 오동나무를 베게 한 것이군요. 이웃집에 살면서 어떻게 이처럼 음흉하실 수가 있습니까?”
의심하는 마음은 가슴에 암귀를 낳게 만든다는 뜻으로 남을 의심하면 평소 아무렇지도 않은 남의 행동도 이상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선입견이 판단의 공정성을 잃게 만들 때 쓴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여러 망상이 생기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망치게 한다.
이 성어는 한나라 고조 유방이 약법삼장(約法三章)으로 나라를 다스릴 만큼 단순하였던 시대보다 더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는 이 성어를 다르게 생각하여야 할 것 같다. 가짜참기름 등 조제품에서부터 가짜수표, 가짜부동산, 가짜박사, 논문표절 등 사람들이 의심할 만한 일을 벌이는 자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가지 법들이 이러한 불법을 제한하고 있지만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까지 막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관급이상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보노라면 좀 배웠다는 사람들에게서도 도를 넘는 각종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가짜세상을 바로잡고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심을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많이 의심할수록 좋다(多疑多好, 다의다호)! 아내의 말이다. 땅이나 아파트를 살 때면, 매도자의 주민등록증부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는 것은 필수이고, 만원이라도 손해 안 보려면 수도 전기료부터 관리비 영수증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속지 않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더 많이 의심해야만 한다. 이제 의심은 생활의 지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의심! 정말이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난 이런 세상이 싫다. 너무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를 가진 ‘의심생암귀’가 있던 시대, 서로 신뢰하고 믿는 그런 시대로 돌아가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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