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제쯤 ‘미국에 당당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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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언제쯤 ‘미국에 당당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 오은미 전 도의원
  • 승인 2017.07.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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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은미 전) 전라북도의회 의원

문재인 대통령 취임 두 달.
내각도 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왔다. 당선되면 미국보다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던 약속과는 다르게. 역대 정권들이 들어서자마자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의 눈도장을 찍고 오는 관례에 따른 것인가?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미국 땅을 밟자마자 찾아간 곳, 이곳은 미국인들이 건국사상 최악의 패전으로 부끄러워하여 아무도 기억조차 하지 않는 장진호 전투를 ‘승전’이니 ‘영웅적 투혼’이니 하면서 “장진호 용사와 흥남철수작전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불변의 혈맹관계를 확인했다.
사드배치도 사실상 추인하였다. 한미동맹은 더욱 풍성한 나무로 장성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대화 주도권을 트럼프에게 인정받았다고 했다. “북한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굉장히 확실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트럼프를 부추겨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인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북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동행했던 재벌 총수와 경제인들은 미국에 5년간 40조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와 여당의 자화자찬 외교에 언론의 맞 박수 또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사드배치 강행에 긍정적 해석은 기본이고 한미동맹 강화도 박근혜가 하면 외세의존이고 문재인이 하면 고수의 전략이라 하고, 남북대화 주도권을 트럼프에게 인정받았다면서 문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꼴이라니… 여야 모두 한미동맹을 확인하고 돈독한 유대를 다졌다는 평가를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대등한 입장도 아닐진대 동맹의 굳건함을 외치고 그에 대한 대가로 40조를 퍼주고도 서로 칭찬하는 모습은 사대주의의 전형이며 동맹이 아니라 굴종 등신 외교와 다름 아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고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미국의 일방적인 알박기 시도에 대한 비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배치 비용 청구에 관한 유감도 제대로 표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 번복 의사가 없다”라고 강조하며, “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위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할 수 있어 국민적 공분과 함께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우려를 제공하고 있다.
촛불의 요구는 ‘외교 마찰을 피하고, 사드 배치에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라’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피하고 미루면 더 꼬일 수 있기에 사드 배치 철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대북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굳건한 한미동맹,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의 틀에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민간교류를 활성화를 통한 남북관계 유연화’를 억지로 갖다 붙인 것처럼 보인다. 이 기괴한 조합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동아시아 외교관계와 반드시 풀어야 할 북핵위기-한반도평화 문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중국의 부상과 고조되는 미-중 갈등, 일본의 재기 등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외교환경은 녹록치 않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단절되었던 북한도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애매한 민간 교류 개선으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 다각도로 접근하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의 길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동맹은 과감하게 끊어내고, 중장기적 방향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걸음에 나서야 한다. 기존의 한미관계가 만들어낸 낡은 관행과 질서를 바꾸어내야 촛불혁명의 가치를 설파할 민주적 정통성과 사명감을 가진 대통령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의 새 정부가 ‘반미정권’이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만 남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반세기 넘게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반도의 운명, 이제 국민을 믿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당당하게 일할 지도자, 나라다운 나라를 기대하는 것은 기대난망일런지, 아님 방명록에 실수로 썼다는 ‘대한미국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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