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21) 고즈넉한 산사, 회문산 ‘만일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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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21) 고즈넉한 산사, 회문산 ‘만일사’를 걷다
  • 황호숙 해설사
  • 승인 2017.07.13 14: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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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에 참여한 아이들이 회문산 만일사 범종 앞에 앉아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과 숲과 꽃들이 비에 젖다 말고 서로에게 깊숙이 스며들고자 부드럽게 서로를 바라보는 계절입니다. 자꾸 오슬오슬 추워지다가도 마음 깊은 곳에서 훅 올라오는 뜨거운 마음 때문에 힘든 시기를 지나며 내 마음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내 마음 속 연못 안에 고여 있던 여러 가지 낙엽부터 진흙, 돌들이 어느 순간 물을 박차고 올라와 맑은 연못을 뒤집어 버릴 것 같아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싶어집니다. 여러분은 그럴 때 없는지요. 그럴 때 한번 올라가보고 싶은 안식처 같은 곳이 회문산 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만일사입니다.

 

30년째 구림에서 농사 지으며 구림을 너무 사랑하는 문화관광해설사로서 만일사는 걸어서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회문산의 정기를 맛보고 싶다면, 영적인 산이 품고 있는 봉우리와 능선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하고 싶다면, 대대손손 복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어린 묘지들을 보고 싶다면 말입니다.
회문산으로 올라가다 ‘정자가든’ 팻말이 보이는 곳에 좌측으로 오솔길이 있습니다. 회문산의 역사는 5회 정도, 연재를 해도 될 만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만일사로 가는 일주문이 보입니다. 전라도말로 ‘귄’이 있지요. 아마도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보이는 온갖 산들의 능선이 훤히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어스름 저녁 산 능선들을 보면 어깨동무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지난번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아이들과 역사 논술수업으로 만일사 답사를 했습니다. 회문산을 둘러싼 근ㆍ현대사를 알려주고 싶었지요. 시간이 없어서 봉고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멀리 옥새봉이 보이는 가느다란 길을 피투성이가 된 전봉준 장군이 눈을 부릅뜨고 들것에 실려 가는 풍경이 떠올랐고, 회문산 자락 금상길로 압송되어 가는 도중 흰나비 떼가 호위하듯 했다는 말을 어르신한테 듣고 놀라워 감격했던 느낌을 이야기 했는데 아이들은 감흥이 없더라고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노래를 부르는 걸로 급 마무리 했지요.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순창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풍수지리의 고장이라는 점입니다.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둔다는 오선위기혈이 있어 59대 장상지지가 나온다는 곳이죠, 풍수길만 잘 만들어도 관광객이 많을 거라고 순창 강연에서 이야기 했지요. 꼭대기에 올라서면 그 기운이 정말 느껴집니다. 탁 트인 시야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임을 느끼게 하지요.
회문산은 고추장의 전설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육룡이 나르샤’라는 대하 사극 드라마에서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 장군이 스승인 무학대사를 만나러 오는 장면이 있었지요. 그 전설이 시작 되는 곳이 만일사입니다. 썩어버린 고려를 멸하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코자 무학대사와 함께 명산을 찾아 신령들의 가호를 비는데 유독 회문산 산신령만 반대를 했답니다. 만일을 기도하기로 작정한 무학대사가 백일기도 정진을 했더니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서 하는 말, “네 정성이 가상하여 눈감아 주되 대사를 도모할 천시가 아니므로 너는 백성 없는 왕이 될 것인즉 이 절에 천일향을 시주하고 백성을 다스리지 말고 섬기도록 하여라.” 태종이 보기 싫어 길 떠날 때 이곳에 와서 구천일향을 더 시주하고 떠나서 만일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만일사 아래로는 야생 녹차밭이 펼쳐져 있고 그 밑에 마을이 보입니다. 여기가 산안마을입니다. 고추장의 전설을 간직한 곳이지요. 무학대사와 이성계 장군이 함께 만일사에 머무르던 어느 날, 산안마을 김좌수가 두 분을 초대해서 식사를 제공합니다. 산골짜기에서 나는 온갖 채소들로 진미인데 그 옆에 거무튀튀한 장 종류가 있었고 비벼먹길 권했겠죠. 독특한 그 맛에 반해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좌수는 “우리 고장은 산과 물이 맑고 토양이 비옥하여 풍향이 완만하여 사람이 나면 명인달사가 나고 산과 들에는 약초와 채마가 특이하여 보통으로 담가도 그 맛이 담백하고 감칠맛이 난답니다”라고 이야기 했지요. 왕이 되고 나서도 이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하여 순창에서 만든 고추장을 진상하도록 하라고 했답니다. 
들어가는 입구 돌에 새겨놓은 문장이 있어요.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
삼일간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가 되고, 백년을 탐하여 얻은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 된다는 뜻이지요.
끝없이 이어지는 산 능선들을 바라보고 봉우리를 바라보며 험난한 세상을 살아갔을 민초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 마음을 닦으러 만일사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절 안은 고즈넉합니다. 스님께서는 자유롭게 절 안을 거닐 수 있도록 해주시지요. 고추장의 시원지답게 ‘순창고추장 시원지 전시관’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들어가 보면 나름 볼 것이 많답니다. 입구 쪽으로는 만일사 비가 있어서 고추장을 진상하게 된 유래가 적혀있는데 ‘태조대왕’과 ‘무학’이라는 핵심 글자는 판독되었다 합니다. 그 옆에는 비천상이 그려진 범종이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아이들에게 회문산 골짝 안내앙굴이라는 거점을 두고 신출귀몰했던 양춘영 장군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의병들이 군사훈련을 하며 게릴라전을 감행 하였고 구림면 출신 약 50명의 의병운동가들의 법원 기록이 남아있다고요. 자랑스러워하고 기억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남부군의 주요 무대였다는 것과 최초의 빨치산 소설이자 영화화 된 소설 <남부군> 1권 전부가 회문산과 구림면의 지명으로 덮여있다는 이야기도요. 최진실과 안성기가 주연이었는데 한번 읽어 보세요. 순창 영화관에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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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영 2017-08-01 14:47:29
"삼일간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가 되고, 수십년을 탐하여 얻은 재물은 티끌이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삼일을 넘어 삼십일, 삼백일, 삼천일, 삼만일 동안 마음, 정신, 영혼을 갈고 닦을 예정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삶에서 일탈하여. 순창의 맑고, 밝고, 아름다움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읽어 실생활과 가까이 다가서는 글을 한번 써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감사의제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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