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소나기밥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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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소나기밥 공주」
  • 임소연 회원
  • 승인 2017.07.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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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지음 / 정문주 그림

배고픈 아이가 없는 세상이 오기를…

요즘 시대는 먹을 게 지천으로 넘쳐나서 뭘 먹을까를 고민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고집하는 편식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끼의 식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굶주리는 아이가 있는 안타까운 현실도 사실이다.
이 책 <소나기밥 공주>에 나오는 주인공의 ‘안공주’는 급식으로 하루의 밥을 대신하지만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밝은, 초등 6년 빼빼마른 몸에 키만 훌쩍 큰 소녀이다.
소나기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의 밥을 엄청 빠르게 먹는다고 ‘소나기밥’이라 불린다. 공주는 ‘살 안 찐 돼지’, ‘소나기밥 돼지’, ‘소나기밥 공주’라 불리며 놀림의 대상이 된다. 공주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꾹꾹 더 꾹꾹 밥을 입 속에 밀어 넣어 배를 채운다.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도 떨어져 바닥을 보이고 오로지 학교에서 주는 점심 급식이 하루에 먹을 수 전부이다 보니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으로 많이 먹어야 그나마 배고픔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공주는 다세대주택 내려가는 입구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반 지하 방에서, 집을 나간 어머니 그리고 며칠째 집에 오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며 홀로 지낸다. 오늘은 ‘아버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여전히 곰팡이 냄새만 지하 방문을 여는 공주를 반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낯선 아저씨로부터 아버지의 손 편지와 함께 아버지가 계신 곳을 알게 되었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재활원에서 생활하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재활원을 찾아갔지만 아버지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쓴 편지를 아버지에게 전해달라고 경비 아저씨에게 부탁하고 되돌아온다. 버스와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도 외롭고 배고픔이 더 절실해졌을까? 남은 돈 달랑 560원으로 허기를 잊기 위해 마트에 들어 선 공주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른 것은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콩나물이다. 공주는 가장 오래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게 콩나물이라고 말한다. 저울 눈금을 보며 콩나물을 넣었다 덜어냈다 하며 560원에 맞추려는 공주를 만나는 순간, 마음이 시큰해지고 가슴 가득 답답해졌다.
공주는 텅 빈 냉장고를 보면 텅 빈 배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빈 우유팩과 과일 껍질 등 음식물 쓰레기로 채운 비닐봉지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있다고 했다.(부모도 없는 초등학생이 배고픔 앞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허기에 지친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리고 만다. 202호 팽여사 아줌마 집에 배달 온 마트 배달원이 든 검은 봉지를 보고 자신의 물건이라며 받아서 집으로 가져온다.
훔친 물건으로 요리를 해보지만 아무런 맛이 나지 않고 매번 토하고 체하고 숨이 막힐 것 같다. 학교에서는 ‘소나기밥’을 먹어도 단 한 번도 체한 적 없던 아이가.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쳤다는 죄책감, 괴로움, 불안과 두려움으로 폭식증에 이르고 급체로 정신을 잃어버린 순간까지 용서를 빌고 떳떳해지고 싶어한다.
공주는 지혜로운 팽 아줌마와 해님마트 사장님의 결정으로 스스로 떳떳함을 찾아가고 이웃의 소중함도 배우며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알코올 중독 치료중인 아버지가 6개월 후에 완치되어 집으로 오실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지 않을까? 자신이 받은 아르바이트 금액을 줄이면서 공주에게 기름을 조금 더 넣어주고픈 옆집 104호 총각, 공주와 따뜻한 밥을 나눠 먹을 줄 아는 팽 아줌마, 추운겨울 훔친 물건 값으로 아이에게 전단지를 돌리게 하고  일이 끝나면 검은 봉지 가득 생필품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주는 해님마트 사장님 등 어른다운 어른들의 도움으로, 공주가 예전보다는 더 풍요롭고 덜 외로워하며 씩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다소 놓여진다.
주인공의 힘든 삶을 담담히 그려내는 <소나기밥 공주> 속의 어른들은 어린 주인공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지만 모른 척하지도 않아 아이 스스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의 자존심을 짓밟는 어른이 아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모르는 내 주변에도 공주와 같은 공주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어딘가에 굶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진데 가끔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측은지심에 무작정 돕는 어설픈 도움이 혹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어 선뜻 나서기 주저해진다.
어쩌면 내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해서 내 가족만 보고 내 주변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부러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먼저 일 것 같다. 배고픈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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