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서(10)/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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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서(10)/ 바퀴벌레
  • 선산곡
  • 승인 2017.07.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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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바퀴벌레 발언으로 시끄러웠던 정당이 있었다. 숨기 잘하는 바퀴벌레의 특성을 비유한 언쟁이었지만 바퀴벌레와 같다는 표적이 된 그룹들은 낮술 운운, 불쾌하기 그지없었던 모양이다.
3억 2000만년 전에도 존재했던 화석곤충,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벌레. 메뚜기보다 작고 납작하며 행동이 빨라 숨길 잘 해 손으로 때려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번식력도 왕성해서 방역구제를 공동으로 해도 완전 박멸은 하늘의 별따기다.
바퀴벌레를 쥐나 뱀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호들갑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우유 먹고 자란 세대들이 파충류를 두려워하지 않고 갑각류에 가까운 절지동물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악어나 공룡 같은 장난감은 잘 가지고 놀았던 세대들의 특징이라지만 믿을 수는 없는 설이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디디티(DDT)를 살포했다. 모기는 어느 정도 없어졌으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바퀴벌레는 죽지 않았다.
바퀴벌레의 천적은 도마뱀. 잡아먹은 바퀴벌레의 디디티 성분이 도마뱀으로 옮겨갔다. 이 도마뱀의 천적은 고양이다. 디디티 성분 중독으로 행동이 느려진 도마뱀을 잡아먹은 고양이들이 날벼락을 맞고 죽어갔다.
바퀴벌레는 물론 나방도 못 잡아먹게 된 도마뱀 때문에 살판 난 나방유충이 움막집의 기둥을 갉아대기 시작했고 서민층 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원인파악에 나선 과학자들이 그때야 먹이 사슬고리가 무너진 결과가 디디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디디티를 개발한 사람은 스위스의 뮐러 박사. 2차 세계대전 발발의 해에 개발하여 이 공로로 1948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으니 곧 독약에 수여된 노벨상이다. 노벨상도 때로는 잘못된 수여도 있다. 독일의 생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독가스 개발에 수여된 상. 하긴 이산화탄소로 지구가 온난화되면 추운 지방이 따뜻해져 곡물수확이 늘어난다는 말을 한 스웨덴의 아레니우스란 사람도 19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디디티, 우리나라에도 서글픈 과거가 있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우리나라사람들의 머리에, 가슴에 그 독약을 한 움큼 씩 뿌려댔다. 이를 죽인다는 약 가루 뿌려준 것이 고마워서 히죽이 웃던 선량한 우리 백성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월남전에 고엽제를 뿌리는 노역은 가난한 국가의 군인들이 해야 했던, 저 하얀 가루약의 쓰디 쓴 기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껴안아야했던 약소국의 굴레였지만 폐해가 크다는 것을 강대국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저 지독한 독물을 맨손으로 밀가루 만지듯 하는 우리들을 그들은 어떤 속셈으로 바라봤을까. 이, 빈대, 벼룩은 사라졌다지만 그들이 떠넘긴 디디티나 고엽제의 후유증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
아직도 질병을 유발시키는 바퀴벌레는 물론 모기조차 박멸하기는 어려운 세상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청결에 그 답이 있다. 사람처럼 정치도 사회도 청결해야 건강해진다. 건강해지면 후유증은 생기지 않는다. 후유증이란 온전치 못한 곳에 투여된 약물의 부작용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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