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11)/ 복슬이를 잡아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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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11)/ 복슬이를 잡아가지마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7.2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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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11화

 

맹자와 순자는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창문에 불빛이 없었다. 엄마 아빠도 돌아오지 않았다. 맹자는 차고에 엄마 시추를 내려놓고 소독약을 찾으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전화벨이 울렸다. 맹자는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몇 번 전화했잖아!”
꼬장꼬장한 엄마의 목소리였다.
“Mom, I am Sorry. What happen?(뭔 일 있어?)”
맹자는 약간 코너에 몰려다 싶으면 영어로 말했다. 그러면 엄마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 아니까. 아니나 다를까 물컹한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아빠도 오늘 좀 늦는다고 하고, 나도 일이 꼬여서 좀 늦을 거야.”
풀이 죽은 엄마 목소리 뒤편으로 호동이 엄마와 호동이의 고함도 함께 들렸다. “저 더러운 개를 어떻게 차에 태워. 호동아, 니가 걸어서 살살 데리고 와라 응.”
“엄마는, 내가 어떻게 데리고 가. 저 더러운 개를…….”
둘이 슈퍼번개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안 봐도 빤한 그림이었다. 맹자는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걸 손으로 가까스로 막았다. 엄마에게 오케이!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배꼽을 잡고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하하하……….”
정말 깨소금 맛이었다. 물론 호동이 녀석은 죽을 맛이겠지만…….
맹자는 구급약 상자를 찾아서 차고로 갔다. 구급약 상자에서 알코올 솜을 꺼내 엄마 시추의 상처 난 곳을 닦아냈다. “엄마 시추는 내가 약 발라 줄 테니까, 너는 시추 강아지들 좀 씻겨라. 전에 너 제들보고 더러운 강아지라고 말했지. 그 벌로 깨끗하게 씻어줘.”
순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일어났다. 차고 끝에 있는 세차용 호스를 잡았다. 아빠는 승용차를 씻을 때, 순자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러면 늘 용돈을 받았다. 세차하던 솜씨를 뽐내볼까, 하며 순자는 수도꼭지를 돌렸다. 호스 꼭지에서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왔다. 잔디밭을 향해 물을 뿜자, 두 시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서 분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서로 뒹굴면서 잔디밭에 몸을 비비기도 하고, 몸 위로 올라타서 장난을 쳤다. 호스 꼭지를 받침대에 고정했다. 순자도 분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시추 강아지들과 깡충깡충 뛰면서 놀았다. 맹자는 피식, 웃으며 엄마 시추의 상처 난 곳을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
“넌 이름이 뭐니? 떠돌이 개라서 이름도 없겠지. 내가 이름을 하나 지어줄까? 전에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 복슬이였는데 그걸로 할까? 응, 복슬이.”
엄마 시추가 동그란 눈을 뜨고 맹자를 바라봤다. 눈 주위를 덮고 있는 털은 더러웠지만, 눈동자만큼은 새까맣고 초롱초롱했다. 눈동자 안에 하얀 반점이 반짝거렸다.
스카이는 심심했는지, 물놀이 장소로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가려고 했다. “스카이. 넌 안 돼!”
맹자가 손을 뻗어 스카이를 잡았다. “넌 물에 들어가면 고장 나. 지금도 다리를 절뚝거리잖아. 다친 애들끼리 그냥 여기 있어.”
스카이는 다리 허벅지 부분과 종아리 부분을 연결하는 무릎 나사가 깨져 있었다. 아무래도 다리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것 같았다. 맹자는 고장 난 스카이와 상처 때문에 헐떡거리는 엄마시추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게 둘의 차이일까 싶었다. 스카이는 아픈 건 모를 테니까.
“오빠, 애들 목욕탕에 데려가서 비누로 씻어주자.”
순자는 이제 시추 강아지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는지 방실방실했다.
“오케이.” 맹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시추 강아지 두 마리를 양 겨드랑이에 껴안고 목욕탕으로 데려갔다. 엄마 시추는 둘이 집안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끙끙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차고를 빠져나와 집 뒤뜰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스카이는 엄마 시추가 뒤뜰로 사라지는 걸 보면서 고개를 꺄우뚱했다. 한발을 절뚝거리며 뒤따랐다.
엄마 시추는 뒤뜰 한구석에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상처 난 부위에서 조금씩 피가 새어나왔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계속 흙을 파냈다. 해맑고 동그란 두 눈엔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스카이는 엄마 시추의 뒤편에 서서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봤다. 엄마 시추는 파낸 흙구덩이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스카이 앞에 내려놓았다. 낡은 인형? 옷이 찢기고 물린 자국이 있었다. 엄마 시추는 끙끙 소리를 내며 스카이 옆을 지나쳐갔다. 스카이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름 : 바비인형
성별 : 인간 암컷 모양 닮음.
용도 : 여자 애들이 닮고 싶어 하는 1순위 모델 장난감
현재 상황 : 쓰레기!…… 재활용! …… 먹이놀이 장난감!
대응 방법 : 일단 물어서 주인에게 가져다줌.
맹자와 순자는 목욕탕에서 두 시추 강아지를 비누로 씻겼다. 강아지들은 비누 냄새에 기겁하면서 계속 몸을 피했다. “가만있어 봐. 좀 씻게.”
 순자가 짜증을 내며 시추 강아지를 잡아보지만, 스르륵 미끄러져 빠져나갔다. 맹자는 깔깔거리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2주 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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