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22) 순창읍 보물 ‘남계ㆍ충신 석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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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22) 순창읍 보물 ‘남계ㆍ충신 석장승’
  • 김태현 해설사
  • 승인 2017.07.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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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높이 175센티미터, 둘레 200cm의 여성 석인상 ‘남계리 석장승’.(왼쪽) 남계리 석장승보다는 형태가 거칠고 투박한 모습의 ‘충신리 석장승’(오른쪽).

순창읍내 향토회관 뒤편에 순창의 또 다른 보물이 숨어있는 것을 아시나요? 오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남계리 석장승(국가민속문화재 제102호)과 충신리 석장승(국가민속문화재 제101호) 한 쌍입니다.
두 석장승은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원래는 각각 남계리와 충신리에 세워져 있었으나 2004년 12월 남원-순창 간 도로를 확장하면서 교통사고 유발 우려, 석장승 보호 차원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마주보며 서있게 된 것입니다.
2004년 이사가 처음은 아닌데요, 애초에는 두 석장승은 순창읍 남계리 178-25번지 일원에 세워져 있었으나 복실리와 남계리, 순화지구의 경지정리사업으로 1976년에 한 차례 이사를 하였다가 1989년에는 주변 건축물 신축 등으로 다시 남계리 226-13번지와 순화리 58-1번지로 전했다고 합니다. 그후 서부우회도로 공사로 인해 순화리 58-1에서 순화리 78-5로 이전했다가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된 것은 남계리 167-4번지에 세워졌던 석장승이 교통사고 유발 우려, 도로 확장 공사, 석장승 파괴위험 등의 사유 때문입니다. 석장승은 말없이 서있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많이도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것 같습니다.
1979년 1월 23일에 각각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101호 및 제102호로 지정되었으나 문화재 지정 이후에도 여러 개발 논리에 몇 차례 이삿짐을 꾸렸으니까요.
남계리 석장승은 높이 175센티미터(cm)에 둘레는 200cm이며 여성 석인상으로 각시상이라고도 불리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후덕한 느낌이며 눈두덩도 과장되어 볼록하나 왼쪽 눈 꼬리가 내려가 있어 순한 느낌을 풍깁니다. 재미있게도 이마와 양 볼에는 연지곤지를 양각하여 도드라지게 조각되어 있고 볼의 광대 부분도 특징 있게 약간 볼록합니다. 혓바닥을 장난스럽게 빼꼼 내밀고 있어 귀여운 느낌이고 목의 주름인지 옷 주름인지도 세 겹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주 돌하르방처럼 왼손이 오른손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양손 모두 5개 손가락이 또렷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그 길이기 거의 동일하여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저절로 웃음 짓게 됩니다. 석장승이라 하여 위엄이나 권위를 내세우려는 모습이 아닌 동네 아주머니 같기도 한 친근한 모습입니다.
충신리 석장승은 남계리 석장승보다는 조형미와 예술적 완성도는 약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형태가 거칠고 섬세하지는 않습니다. 그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면 키는 약 184cm정도에 팔등의 몸 부위는 생략되어 얼굴만 조각이 되어 있으며 눈은 가늘게 뜨고 있고 삼각형 모양으로 코는 또렷하며, 입은 혀를 내민 것처럼 반원 모양이어서 이리 보면 혓바닥 같기도 하고 저리 보면 웃고 있는 입모양 같기도 합니다. 남계리 석장승과 같은 연지곤지 등은 없으나 목 부위에 혹 같기도 하고 혹자는 유방 같기도 한 작은 볼록이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전반적인 느낌이 거칠고 투박한 생김새로 남계리 석장승과 비해 약간은 남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두 석장승은 순창의 지기를 보호하는 당산의 의미로 북쪽의 기운이 사나워 북의 기운을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하고 사당을 만들어 40여년 전까지 당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무병 및 풍작을 기원했다고 하나 현재는 당제도 없어지고 전통이 많이 퇴색된 상태입니다. 사실 두 석장승은 북쪽의 사악한 기운을 맞서 싸우는 순창의 가디언(수호자)이기에는 너무 순진무구하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모습이어서 과연 그 목적의 당산석일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듭니다. 차라리 타향살이에 상처받고 힘들어 고향에 돌아오면 언제나 말없이 반겨주는 외할머니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도 신산한 삶을 살아왔으나 삶에 순응하는 지혜를 깨달은 그런 우리네 할머니를 닮은 두 석장승의 미소는 과연 순창을 대표할만한 미소입니다.
후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어느 석공이, 이미 타계하신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그리워 그 모습을 본 따 충신리 석장승을 만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할머니의 모습을 조각하며 두 분을 기리는 마음과 마을을 잘 지켜 주십사 하는 기원을 담았으나 부끄러워 마을 입구에 세우지 못하고 자신의 밭 한편에 세운 듯 두 석장승의 미소를 통해 수백년을 거스르는 순창의 미소를 만나고 또 그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명의 석공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 향토회관 뒤편에서 뿐만 아니라 순창의 이곳저곳에서 사진으로 예술품으로 디자인 작품으로 두 분의 미소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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