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경을 알면 진짜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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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경을 알면 진짜 모습이 보인다
  • 우기홍 부국장
  • 승인 2017.08.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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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홍 전북도민일보 제2사회부 부국장

몇 해 전에 아내 친구들의 모임을 통해 부부동반으로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늘 전날 음주로 인한 숙취 탓에 일정을 망치곤 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유럽 여행 때는 작심하고 음주를 절제했다. 역시 여행 내내 즐거웠다. 즐거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관광가이드의 해설을 열심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당에 걸린 그림 한 점 한 점에 스며든 역사적 배경까지 알고 관람하니 즐거움은 두 배였다.
건물의 창문 하나에도 숨은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어느 창문은 이탈리아 파시즘 체제를 세운 베니토 무솔리니가 세계대전을 선포한 곳이었다. 또 다른 창문은 성탄절 때 교황이 온 세계를 향해 성탄메시지를 알리는 성스러운 장소였다.
요즘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의 흥행이 파죽지세다. 순창 작은 영화관에서도 전국 개봉관과 같은 날인 7월26일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앞으로 1개월여 동안 상영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 97만명이 관람해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1671만명이 관람해 역대 흥행 기록 1위인 ‘명량’과 같은 관람객 속도를 보인다고 한다. 이쯤 해서 ‘경향신문’ 이기환 논설위원이 밝힌 ‘군함도’의 배경을 참고해 보자.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남서로 17km 떨어진 곳에 무인도가 있었다. 작은 하시마 섬이었다. 1810년 무렵 인근 어민이 이 섬의 노출된 석탄층을 발견했다.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가 소유자에게 1890년 10만엔을 주고 이 탄광을 사들인다. 이후 미쓰비시는 수차례의 매립공사를 통해 이 섬을 처음의 3배 이상으로 확장시켰다고 한다. 그래도 2만평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좁은 땅에서 양질의 석탄이 쏟아지자 미쓰비시는 10층 규모의 콘크리트 아파트와 극장, 기숙사 등을 세운다. 군함이 떠 있는 모습이라 해서 ‘군함도’란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이곳은 말 그대로 ‘지옥섬’이었다. 지하 1000m까지 뚫은 해저탄광의 막장 온도는 45℃를 오르내렸다. 특히 1941년부터 이 섬에 끌려간 조선인들은 생지옥 같은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더욱이 1인당 0.5평도 채 안 되는 좁은 방에서 7∼8명이 버텼다. 막장에서는 똑바로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누운 채 하루 12시간 이상 석탄을 캤다고 한다. 견디지 못해 신체절단 등 자해까지 한 이들도 있었다. 도망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이들도 있었다. 1939∼1945년 사이 강제 동원된 조선인만 500∼800명가량이라고 전해진다.
이처럼 ‘군함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가 있는 이곳과 관련해 우리가 한 가지 결코 잊지 않아야 할 대목이 있다. 2015년 유네스코가 군함도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본 측에 내건 조건이 하나 있었다. 각 시설에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을 적시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측은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순창읍에서는 한 정당의 선거연설이 시작됐다. 당시 그 연설을 들은 유권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뜬금없이 “다른 후보들의 재산을 다 합쳐도 우리 당 후보만큼 되지 못한다. 재산이 많으니 우리 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정부패와는 멀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기억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재산의 많고 적음이 자신과 가족들의 부정부패와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후보의 정직함과 국민과의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요즈음 내년 6월에 시행될 군수선거의 선거운동 자금과 관련해 순창에서는 ‘20억원’, ‘40억원’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액수가 너무 커 사실이 아니라 믿고 싶다. 하지만 이런저런 내용의 출처가 설득력이 있다면 이제는 순창 유권자들도 내년 선거에 나설 후보들의 출마 배경을 관심 있게 살펴볼 시점이 됐다고 본다. 혹여 수십억원을 쏟아서라도 군수 자리에 오른다면 거기에 상응한 대가는 내심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를. 생각하기도 싫은 못된 적폐성(?) 꿍꿍이가 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하게 군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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